[사설]「IMF시대」 고통은 시작됐다

  • 입력 1997년 12월 1일 20시 03분


국제통화기금(IMF)과의 구제금융 이행협상이 마무리단계에서 캉드쉬IMF총재의 거부로 진통을 겪고 있다. 성장률과 금융산업 정리 문제를 놓고 재협상의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지만 결국 IMF요구에 백기를 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 어떻게 타결이 되든 저성장 재정긴축 국제수지적자축소 금융 및 기업구조조정의 아픔을 견뎌내야 하는 일은 불가피하다. 이 과정에서 대량실업, 한계기업의 무더기 도산, 물가상승, 임금동결 등 참담한 경제환경이 눈앞에 펼쳐질 것이다. 고성장과 풍요의 시대는 종언(終焉)을 고하고 내핍과 고통의 계절이 시작된다. 이 고비를 넘기지 못하면 우리는 3류 국가로 전락한다. 절체절명의 위기다. 국가경제가 IMF의 섭정체제에 들어가는 이상 이에 맞춰 국난(國難)극복의 큰 틀을 짜는 게 최우선 과제다. 모든 경제주체가 몸을 던져 위기를 헤쳐나가겠다는 결의와 국민적 합의가 절실하다. 그러려면 국가경영의 리더십 확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노사정(勞使政)이 한 덩어리가 되지 않고는 다시 일어설 수 없다. 정치 사회적 불안으로 외환위기를 맞았던 멕시코의 94년 당시 경제사정은 자본유출 외환보유고급감 페소화폭락 증시혼란 등 지금의 우리와 아주 비슷했다. 그런 상황에서 멕시코는 IMF와 선진국으로부터 자금지원을 받는 한편 강도 높은 개혁을 단행해 활력을 찾았다. 대중영합적인 정책보다 노사정의 고통분담을 이끌어내고 실업구제 규제완화 정책신뢰제고 등으로 범국민적 동참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정부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반면 IMF권고에 소극적인 태국과 인도네시아는 구제금융을 받고도 국민적 동참분위기를 이끌어내지 못해 아직 혼란을 거듭하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심어주는 일이 정부에 주어진 초미의 과제다. 우선 협상이 끝나는 대로 IMF에 약속한 합의와 기술적 이행문서를 국민에게 숨김없이 공개해야 한다. 또 이를 이행하기 위해 어떤 정책을 펼 것이며 앞으로 각 경제주체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지를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이 정부를 신뢰하고 기꺼이 고통분담에 동참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재건의 청사진을 만들고 국민적 에너지를 결집하려면 정부의 솔선과 강력한 리더십이 필수적이다. 정치권의 대오각성도 요구된다. 지금까지 정치권과 국회는 경제개혁에 앞장서기는커녕 발목잡기를 일삼아왔다. 대선을 앞두고 각 정당은 달콤한 공약만 남발하며 고통분담이나 자기개혁은 외면했다. 차기정권의 지도자가 되려는 대선 후보들은 이제라도 경제를 볼모로 한 정쟁(政爭)을 중단하고 위기 극복에 앞장서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말이 아니라 실천으로 정책개발과 개혁입법의 신속한 처리에 발벗고 나서야 한다. 기업과 근로자들 또한 국가경제가 누란(累卵)의 위기에 처해 있음을 직시하고 뼈를 깎는 아픔을 감내할 각오를 다져야 할 때다. 경제가 이 지경이 된 것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정부 정치권 기업 근로자 모두의 책임이다. 위기 극복은 온 국민이 힘을 합칠 때 가능하다. 모든 부담을 안고 고용불안과 물가고에 시달려야 할 서민들을 어루만져 주는 민생안정대책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