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제동걸린 가방 뒤지기

  • 입력 1997년 11월 28일 20시 20분


길거리에서 불쾌한 검문을 당해본 시민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전경들이 위압적인 자세와 모욕적인 언사로 검문을 하고 때로 숙녀들의 소지품을 희롱조로 뒤지는 일을 간혹 목격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함부로 행인들의 가방을 뒤지는 행위에 제동이 걸렸다. 서울지법은 전경들이 길가던 시민의 소지품을 검사하면서 공중 앞에서 폭언으로 인격적인 모욕을 하고 반시간 가량 붙잡아둔 불법행위에 대해 국가가 3백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법에 정한 요건과 절차를 무시한 가방 뒤지기를 불법행위로 규정하고 위자료 지급을 명한 첫 판결로서 중요한 인권보호 판례로 남게 됐다. 불심검문은 될수록 짧은 시간에 마쳐야 하는데도 주민등록증을 돌려주지 않고 붙잡아둔 것은 사실상 불법구금과 다를 바 없다고 경찰관들에게 경종을 울렸다. 경찰관 직무집행법은 무고한 시민의 권리가 침해되는 것을 막기 위해 불심검문의 요건과 절차를 까다롭게 규정해 놓았다. 경찰관은 먼저 신분증을 제시한 뒤 검문 목적과 이유를 밝혀야 한다. 소지품 검사는 흉기를 조사하는데 국한된다. 재판부는 흉기조사가 아닌 다른 소지품 검사는 불심검문의 한계를 넘는 것으로 사전 영장을 받거나, 긴급할 경우에도 사후 영장을 필요로 한다고 판시했다. 젊은 전경들에게 불심검문에 관한 절차 및 예절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불심검문을 하면서 무고한 시민들에게 부당한 대우를 하거나 인격적인 모욕을 주어서는 안된다. 될수록 본인의 동의를 얻어 검색하는 것이 좋고 의사에 반해 가방을 뒤지더라도 흉기 수색에 그쳐야 한다. 불쾌한 경험을 그냥 넘겨버리지 않고 소송을 제기해 중요한 인권보호 판례를 얻어낸 청년의 시민정신은 높이 사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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