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김용서/「SI기업」 덤핑행위땐 업계 공멸

  • 입력 1997년 11월 27일 07시 54분


정보시스템을 구축하는 시스템 통 합(SI) 분야는 일감이 적은데 비해 서로 맡겠다고 입찰에 참가하는 업체가 많다보니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헐값을 제시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덤핑은 공정한 경쟁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제살을 깎아먹는 행위」가 된다. 업계의 어려움을 가중시켜 신기술 개발이나 대외 경쟁력 강화의 장애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SI산업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네트워킹이라는 3대 요소를 근간으로 설계에서부터 개발 유지 보수에 이르기까지 시스템의 모든 부문을 망라하는 분야다. 따라서 유형 무형의 정보기술 체계와 경험이 총동원돼야 하므로 기술력과 경험의 축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덤핑행위는 해당기업 뿐만 아니라 업계 전체의 채산성을 악화시키는 주범으로 전문기술과 지식습득 의지를 꺾고 재투자를 가로막는 반산업적 행위로 규정할 수 있다. 국내 SI기업들은 수익구조가 매우 취약한데다 기술도 낙후돼 있는 실정이다. 그런 SI산업을 선진국과 같이 고부가가치 유망산업으로 육성하려면 정부 및 업계상호간 협력이 필수적임은 더 말할 나위조차 없다. 낙후된 기술과 영세한 재무구조를 갖고 세계 유수의 SI기업들과 경쟁하겠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를 깨겠다는 얘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덤핑은 십중팔구 정보시스템 부실화의 근본원인이 된다. 따라서 이로 인한 무형의 피해를 비용으로 환산한다면 결코 싸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발주자 역시 덤핑이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장기적으로 수주자는 손해를 본만큼 발주자에게 부담을 떠안길 것이 당연하다. 시스템의 부실화로 야기되는 업무지연 등 갖가지 폐해도 만만치 않다는 점을 간과해서 안된다. 신사회간접자본의 확충공사인 SI프로젝트에 덤핑이 횡행한다면 우리의 장래에 먹구름을 드리우는 것이나 다름없다. 업계는 그동안 정부가 SI산업의 발전을 위해 대형 공공 프로젝트를 발주하는 등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주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런 주장을 펴온 업계가 발주된 프로젝트에 대해 덤핑을 일삼는다면 그것은 스스로의 발목을 붙잡는 행위가 될뿐만 아니라 업계 전체의 명분을 떨어뜨리는 행위가 되기도 한다. 공공기관들도 최저가 낙찰제를 고수함으로써 공공연히 덤핑을 유도하는 행위 역시 SI산업의 발전을 도모한다는 정부의 정책방향과 국가 정보화를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김용서(쌍용정보통신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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