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논술시험 새 방침의 문제점

  • 입력 1997년 11월 23일 19시 53분


독일에서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의 모든 시험이 논술형식으로 치러진다. 그 전통도 벌써 2백년이 넘는다. 독일에서 논술교육을 창시한 인물은 가톨릭 수사(修士)였던 프리드리히 레제비츠(1729∼1806)다. 그는 청소년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글쓰기와 문장연습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역설했다. 요즘도 독일의 교육학자들은 논술교육을 능가할 만한 교육수단이 아직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 교육의 고질적 병폐 중 하나는 주입식 교육이다. 학교나 가정에서는 아이들에게 「문제 푸는 방법」을 가르치는데 급급하다. 입시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인성교육이나 시민교육보다 훨씬 절실한 탓이다. 이에 따라 우리 학생들의 논리적 비판적 사고능력과 창의력 표현력은 선진 외국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지난 86년 도입된 대입 논술고사는 이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시작된 제도다. ▼대학입시에서 논술고사 비중이 커지면서 논술을 겨냥한 과외가 크게 유행하고 있다. 과외로는 해결이 불가능한 기초교양이나 사고력을 테스트하기 위해 만들어진 논술고사가 또다른 과외수요를 창출한 것은 아이러니다. 이는 상당수 대학들이 논술문제를 내면서 일반 상식이나 시사적 주제를 선택한 탓이 크다. 논술과외 선생에게 적당히 요령을 터득해 짧은 기간내에 논술에 대비하는 것이다. ▼서울대 등 12개 대학은 이번 논술고사부터 시사적 주제를 피하고 동서양의 고전(古典)을 바탕으로 출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입시공부 중 외면하기 쉬운 고전들을 어떤 식으로든 접할 수 있다면 청소년의 마음을 살찌우는데 도움이 될 듯싶다. 하지만 대입 논술고사가 2개월도 남지않은 시점에서 불쑥 새 방침을 내놓는 것은 수험생에게 혼란을 가중시키는 일이 아닐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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