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547)

  • 입력 1997년 11월 6일 08시 21분


제10화 저마다의 슬픈 사연들 〈15〉 세 사람의 탁발승이 식사를 마치자 여자들은 그들에게 술을 따라 권하였다. 탁발승들은 그 아름다운 여자들이 따라주는 술을 마다할 리 없었다. 이렇게 하여 다시 향연은 계속되었다. 한창 분위기가 무르익어가고 있을 때 짐꾼이 탁발승들을 향해 말했다. 『여보게 형제들! 당신들은 우리를 즐겁게 해줄 무슨 재주가 없소? 남의 집에 와서 대접을 받았으면 무엇인가 보답을 해야 할거 아니오』 그러자 세 사람의 탁발승은 악기를 청하였다. 그래서 문지기 여자는 여러가지 악기를 꺼내어 놓았고 세 사람의 탁발승은 각기 모스르의 탬버린과 이라크의 퉁소와 페르시아의 하프를 집어들었다. 그들은 잠시 음을 맞추는가 싶더니 이윽고 흥겨운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참으로 놀라운 솜씨들이었다. 여자들은 흥이 나서 노래를 불렀고, 짐꾼은 온 방안을 돌아다니며 춤을 추었다. 그들이 한창 신나게 놀고 있을 시각에 교주 하룬 알 라시드는 바람도 쐴 겸, 민정을 둘러보기 위하여 왕궁을 빠져나왔다. 암행을 할 때면 으레 그렇게 하듯 그날 밤에도 교주는 장사치로 변장을 한 채 대신 쟈아파르와 검사(劍士) 마스루르를 대동하고 있었다. 거리를 돌아다니던 교주의 발길은 어느덧 세 여자의 집 앞에 이르렀다. 그러자 흥겨운 가무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그 소리에 놀란 교주는 쟈아파르에게 말했다. 『이 밤중에 이처럼 흥겨운 가무 소리가 들리다니, 들어가서 노래소리를 듣고 노래 부르는 사람의 얼굴을 보고 싶구나』 그러자 쟈아파르는 교주를 말리며 말했다. 『그건 아니될 말씀이옵니다. 저자들은 틀림없이 술에 취해 있을 텐데 그런 무리들 사이에 끼셨다가는 어떤 낭패를 당하실지 모를 일입니다』 『걱정할 것 없다. 악기를 연주하는 것이나 노래하는 가닥을 들어보면 필시 무뢰한들은 아닐 것이다. 게다가 지금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은 젊고 아름다운 여자의 목소리가 아니냐. 그러니 아무 걱정말고 안으로 들어갈 구실이나 찾아보도록 해라』 그제서야 쟈아파르는 말했다. 『알았습니다』 이렇게 말하고난 대신은 문을 두드렸던 것이다. 그런데 잠시 후 쟈아파르는 물론이고 교주와 마스루르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뜻밖에도 너무나 아름다운 처녀 하나가 달려나와 문을 열어주었던 것이다. 쟈아파르는 문지기 여자 앞에 공손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오 아씨, 저희들은 티베리아스에서 온 상인들입니다. 열흘 전에 바그다드에 도착하여 대상 객주에 묵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상인으로부터 오늘밤 초대를 받고 참석하였습니다. 저녁 식사가 끝나고 숙소로 돌아가기 위하여 그 집을 나왔습니다만 날이 어두운 데다가 낯선 고장이라 길을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대단히 죄송한 말씀이오나, 하룻밤 잠자리를 빌려주신다면 신의 보답이 있을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문지기 여자가 세 사람을 둘러보니 모두 착실하고 성실해 보였다. 그래서 그녀는 두 언니에게로 돌아와 세 나그네가 방문했다는 사실과 그들의 사정을 이야기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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