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542)

  • 입력 1997년 11월 1일 08시 00분


제10화 저마다의 슬픈 사연들 〈10〉 한참 동안 혼자 수영을 즐기던 여자는 먼젓번 여자들이 그렇게 했던 것처럼 짐꾼을 향하여 물을 뿌린다, 입 안 가득 물을 머금었다가 뿜는다 하면서 온갖 희롱을 하였다. 그 아름다운 몸뚱어리를 하얗게 드러낸 채 장난을 걸어오는 여자의 천진난만한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러웠던지 짐꾼에게는 차라리 애상적으로 느껴질 지경이었다. 그 순진함과 명랑함 뒤에는 무엇인가 깊은 슬픔을 감추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물장난을 치던 여자는 이제 자신의 몸 구석구석을 씻기 시작했다. 젖가슴이며, 허벅다리 안쪽이며, 촘촘히 음모가 난 그곳을 씻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려니까 짐꾼은 타오르는 욕정으로 피가 거꾸로 흐르는 것만 같았다. 그리하여 짐꾼은 이런 시를 지어 여자에게 바쳤다. 그대의 몸뚱어리는 순수의 바다. 일렁일 때마다 신의 음성이 들린다. 달빛도 햇빛도 무색하여라, 그대의 황홀한 빛 앞에서. 오, 누구였던가, 저 고운 몸뚱어리에 남루한 의복을 입히기 시작한 것은? 이 노래를 듣자 여자는 기쁨에 찬 얼굴로 연못에서 나오더니 쪼르르 사내에게로 달려왔다. 그리고는 그의 무릎에 올라앉으며 말했다. 『오, 내 사랑, 그렇게 아름다운 노래를 불러주다니요』 이렇게 말하며 여자는 사내에게 입맞추는 둥 갖은 애교를 부렸다. 그러던 끝에 그녀는 자신의 거기를 가리키며 물었다. 『그런데 여보, 이것의 이름이 뭔지 아세요?』 『교량의 바질』 짐꾼이 이렇게 말하자 여자는 심드렁한 표정과 목소리로 말했다. 『아이, 시시해!』 『깍지가 붙은 깨알』 그러자 여자는 『치!』하고 말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래서 사내는 다시 말했다. 『구멍』 그러자 여자는 사내의 목덜미를 때리며 외쳤다. 『아이, 망측해! 당신은 그런 말을 입에 담고도 부끄럽지 않으세요?』 그리하여 사내는 다시 「부흔(斧痕)」 「시실(枾實)」 「음핵」하고 생각나는 대로 여러가지 이름들을 나열하기 시작했고, 그때마다 여자는 틀렸다고 하면서 사내의 목덜미를 갈겨댔다. 견디다 못한 사내는 마침내 말했다. 『부흔도, 시실도, 음핵도 아니라면, 그럼 당신은 이걸 대체 뭐라고 합니까?』 그제서야 여자는 말했다. 『이건 나그네의 주막이라고 합니다』 이 말을 들은 사내는 하하하 웃으며 외쳤다. 『아, 그렇군요. 알라께서는 이제 저를 살려주셨군요. 오, 이건 나그네의 주막이지요』 여자는 그제서야 남자의 무릎에서 일어나 옷을 입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웃고, 떠들고, 노래하고, 희롱하며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근 한 시간을 이렇게 술을 마시던 끝에 짐꾼은 문득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 자신이 옷을 벗기 시작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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