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528)

  • 입력 1997년 10월 17일 08시 08분


제9화 악처에게 쫓기는 남편 〈54〉 뒤룩뒤룩 살이 찐 파티마는 마루프를 향해 이야기했다. 『사실은 일이 이렇게 된 것이라오. 튀김국수 문제로 당신과 싸운 후 나는 악마에 씌웠던지 법관을 찾아가 당신을 고소했지요』 듣고 있던 마루프는 화가 난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건 나도 알고 있어. 법관 앞에서 네가 얼마나 거짓말을 해댔던지. 덕분에 나는 죽도록 얻어맞았지. 그것으로도 모자라 너는 고등법원에 다시 항소를 했고』 『그래요. 그래서 그때 고등법원의 법관님께서는 당신을 찾기 위하여 관리들을 파견했지요. 그러나 당신은 어디로 갔는지 행방이 묘연했지요. 이렇게 사나흘이 지나자 나는 후회하기 시작했어요. 내가 잘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던 거지요.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 아무리 뉘우쳐도 소용없는 일이었어요. 그리하여 나는 며칠을 두고 울었어요. 정말이에요. 그렇게 며칠이 지나자 돈은 떨어지고 배는 고팠어요. 할 수 없이 나는 동냥을 나섰지요. 부자이거나 가난뱅이거나 가릴 것 없이 닥치는대로 찾아가 구걸을 하며, 정말이지 당신이 날 버리고 떠난 후 나는 톡톡히 고생을 하며 말할 수 없는 곤궁에 빠졌답니다. 남의 욕도 무진장 얻어 먹었고, 망신도 톡톡히 당하며 지긋지긋한 고생을 눈물로 견뎌왔어요』 『그런데 대체 어떻게 알고 여기까지 찾아왔어?』 마루프는 여기까지 자신을 쫓아온 파티마가 지긋지긋하다는 투로 물었다. 『들어보시면 알게 될 거예요. 그렇게 끔찍한 세월을 보내던중, 바로 어제 일이었어요. 어제도 나는 하루 종일 발이 부르트도록 돌아다니며 구걸을 했지만, 누구 한 사람 동냥을 주는 사람이 없었어요. 빵한조각이라도 얻으려고 만나는 사람마다 옷소매를 붙잡았지만 욕만 얻어 먹었습니다. 날이 저물자 나는 폐허가 된 사원의 퀴퀴한 승방 안으로 들어갔지요. 하룻밤을 거기서 자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러나 너무나 배가 고파 통 잠이 오질 않았어요. 그래서 나는 굶주린 배를 움켜쥔 채 엉엉 울기 시작했지요. 그런데 그때 문득 키가 크고 풍채가 좋은 남자 하나가 나타나 내게 말을 붙여왔습니다. 「여보시오, 아주머니. 대체 왜 이런 데서 혼자 울고 있소?」 그래서 나는 말했지요. 「나한테는 남편이 있어 먹을 것을 벌어다주고, 내가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고 다 들어주었지요. 그런데 그 남편이 집을 나간 후 행방이 묘연해졌고, 나는 거지가 되고 말았답니다」 내가 이렇게 말하자 상대는 물었습니다. 「아내를 버리고 집을 나가다니, 대체 당신 남편의 이름이 뭐요?」 그래서 나는 당신 이름을 말해주었지요. 그러자 상대는 좀 놀랍다는 듯이 말했습니다. 「마루프라고? 그 사람이라면 나도 알고 있어요. 옛날에 바로 여기서 한번 만난 적이 있으니까요」 그가 이렇게 말하자 나는 다그쳐 물었지요. 「제 남편을 안다고요? 그럼 그 분이 지금 어디 있는지도 아세요?」 그러자 그 사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어요. 「알고 있지요. 당신 남편은 지금 어느 도성의 왕이 되어 있답니다. 만약 남편한테 가고 싶다면 내가 데려다 드리지요」』 어젯밤에 파티마가 만났다는 그 사내란 다름 아닌, 그 옛날 마루프가 파티마한테 쫓길 때 만났던 바로 그 마신이라는 사실을 알고 마루프는 전율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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