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이상훈, 「오기투구」로 홈런공장장 자초

  • 입력 1997년 10월 16일 19시 50분


너무 강하면 부러진다고 했다. 삼국지에 나오는 관운장은 태산을 움직이는 기개가 있었지만 강한 자존심때문에 곤경에 처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프로야구에선 LG 이상훈이 꼭 이런 경우다.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의 왼손투수. 그러나 정작 중요한 포스트시즌만 되면 홈런공장장으로 전락하고 만다. 올해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12일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선 천신만고끝에 승리투수가 되긴 했지만 신동주에게 재역전 3점홈런을 내줬고 15일 4차전에선 최익성에게 결승 2점홈런을 맞는 수모를 당했다. LG의 「발등을 찍은 믿는 도끼」가 되고 만 이상훈의 연속 실투에 대해 전문가들은 쓸데없는 자존심이 그를 망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야구평론가 장호연씨는 『국내에서 이상훈의 공을 제대로 공략할 수 있는 타자는 불과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라며 『이런 그가 포스트시즌만 되면 동네북이 되는 이유는 방금 홈런이나 안타를 맞은 코스와 똑같은 구질의 공을 「어디 다시 한번 쳐봐라」는 오기로 또 던지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어깨까지 길러내린 갈기머리가 트레이드 마크인 「삼손」 이상훈. 차라리 그의 머리카락이 예전처럼 짧아진다면 더 좋은 공을 던질 수 있을 것이란 어느 팬의 지적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진다. 〈장환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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