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정일 북한」의 공식화

김정일(金正日)이 마침내 북한의 실질적 통치자 자리인 노동당총비서에 공식 추대됐다. 김일성(金日成)사망후 3년3개월간의 공석(空席)을 메운 것이다. 오래 전부터 예상돼 왔던 것으로 「새로운 사건」은 아니다. 김일성의 북한식 3년상이 끝났으므로 노동당창건일인 10월10일에 맞춰 총비서직을 승계하는 것이다. 노동당 규약에 따라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선출」되지 않고 당중앙위와 당중앙군사위에 의해 「추대」된 것은 이례적이다. 또 국가원수로서 북한을 이끌고 대표하는 자리인 국가주석 승계문제에 아무런 언급이 없는 것도 석연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당정치국상무위원 겸 비서, 인민군최고사령관 그리고 국방위원장으로서 김일성사망후 실질적으로 북한을 통치해온 김정일의 당총비서 공식 추대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북한이 공식적으로 김일성시대를 마감하고 김정일시대로 접어들었음을 뜻하는 것이다. 북한은 지금 한마디로 위기상황이다. 파탄 직전의 경제와 극심한 식량난, 체제불안에 흔들리고 있는 상층부와 이반된 민심 그리고 갈수록 심해지는 대외적인 고립 등 여간 심각한 것이 아니다. 이는 김정일이 공식적으로 전면에 나선다고 해서 단시일에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성질의 것도 아니다. 본란이 거듭 지적했듯이 북한이 그나마 체제를 유지하고 생존해 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개방과 개혁밖에 없다. 그리고 남북관계의 개선만이 북한의 개혁 개방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줄 수있다. 우선 북한의 시급한 식량난만 해도 남한의 지원없이는 근본적인 해결이 거의 불가능하다. 또 남북관계의 개선없이는 미국 일본 등과의 관계정상화도 어렵다. 개방 개혁이 체제를 와해시킬 위험에 대한 북한당국의 우려를 이해한다. 그것이 북한의 딜레마임을 안다. 그러나 딴 길이 없다. 북한이 한국의 실체를 인정하고 4자회담 등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구축문제에 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한다면 어렵지 않게 해결책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지구상에 냉전이 종식된 지는 오래다. 유일한 냉전지대인 한반도에서도 냉전은 이제 끝낼 때가 됐다. 최근 남북 영공(領空)개방협상, 비무장지대 순찰 사전통보 그리고 식량지원을 위한 남북접촉 등에서 엿보인 북한의 유연한 태도변화를 주목한다. 그것이 「실리적」이라는 김정일이 보내는 개방 개혁의 신호이기를 기대한다. 북한은 남한과의 관계개선 없이 지금의 위기국면을 결코 극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빨리 깨달아야 한다. 무력적화통일전략부터 포기할 필요가 있다. 그런 다음 대화의 광장으로 나와야 한다. 우리 정부 또한 장기적인 안목과 원칙에 따라 북한을 변화의 길로 유도하는 대북(對北)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