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임규진/「姜慶植 시장주의」의 두얼굴

  • 입력 1997년 10월 6일 20시 25분


지난 3월 취임이래 시장주의를 주창해온 강경식(姜慶植)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은 기아문제에 대해서도 같은 「원칙」을 한편으론 되풀이해왔다. 그는 『개별기업문제인 기아문제에 정부가 간여할 수 없다』며 정부의 「중립성」을 강조했다. 시장실패에 대한 정부개입 필요론이 제기되자 그는 세계무역기구(WTO)체제에 어긋나는 구시대적 발상이라며 화까지 냈다. 그러나 강부총리의 시장주의는 무너진지 오래다. 그가 『채권금융단의 입장을 지지한다』느니 『기아살리기엔 법정관리가 낫다』고 말한 순간 「두 얼굴」은 백일하에 드러났다. 채권단과 기아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김영삼(金泳三)대통령에게 보고까지 했다면서 왜 살그머니 채권은행장과 종금사사장들을 만났는가. 그 밥값은 국민의 세금인지, 금융기관의 경비인지 궁금하다. 국제통화기금(IMF) 총회에 나갔으면 그쪽 일에나 전념할 것이지 기아가 화의를 신청했다는 소식을 듣고 화는 왜 냈는가. 감독석에서 끝없이 사인을 보내면서도 경기 결과에 대해선 책임지지 않겠다는 속셈인가. 지난달 22일 기아그룹이 법원에 화의신청을 냈을 때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이 보인 첫 반응은 「긍정 검토」였다. 하지만 강부총리가 지난달 24일 『화의는 경영권은 유지되지만 추가자금을 지원받을 수 없다』는 사인을 보내자 채권단은 지난달 29일 기아측에 법정관리를 강제하다시피 권유했다. 재경원은 지난주엔 또 화의를 선호하는 종금사들에 대해 「화의신청 동의 여부에 대해 6일까지 회신을 보류해달라」며 기아해법에 더욱 직접적으로 개입했다. 한편 재경원 관계자는 지난주 부도 초읽기에 들어갔던 쌍방울에 대해 『회생 가능하다』고 발언하는 등 금융기관들의 쌍방울 살리기를 유도했다. 쌍방울 살리기를 따지자는 것이 아니다. 그 이전에 정부, 특히 강부총리의 무원칙을 따지자는 것이다. 스스로의 이중성을 자인하지 않고 마치 절대선(絶對善)을 행하는 양 착각해서는 안된다. 앞뒤 안맞는 말로 정부의 신뢰성, 정책의 신뢰성을 땅바닥에 떨어뜨린 결과는 바로 우리 경제 전반의 혼란과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기 때문에 이를 따지는 것이다. 강경식 경제팀은 우선 언행일치를 보여야 한다. 임규진<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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