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실명제 후퇴 안될 말

  • 입력 1997년 9월 21일 20시 28분


자민련 김종필(金鍾泌)총재의 금융실명제(實名制) 폐지 주장에 이어 신한국당까지 골격을 훼손하는 내용의 실명제 보완을 들고나왔다. 신한국당이 금융 및 부동산실명제의 「정착」이라는 정강정책을 「대폭보완」으로 바꾸겠다는 것은 실명제의 기본방향에 역행한다. 대선에서 일부 기득권계층의 표를 얻기 위해 실명제를 후퇴시키겠다는 발상이라면 결코 용납할 수 없다. 김영삼(金泳三)정부의 개혁자체를 무력화시키는 여당의 이같은 기도에 청와대가 일단 제동을 걸고 있어 성사 여부는 미지수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경제와 사회정의 실현을 위해 온갖 어려움을 무릅쓰고 시행해 정착단계에 들어간 실명제를 정치적 목적 때문에 후퇴시키려 한다면 말이 안된다. 집권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라도 하겠다는 심산인가. 여당 일각에는 실명제를 폐지하거나 대체입법 후 5년간 시행을 유보하자는 주장도 있다고 한다. 이는 실명제를 없애자는 말과 같다.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 이자소득을 누진종합과세에서 제외해 40%로 분리과세하며 자금출처조사도 면제하는 대상을 대폭 늘린다는 것은 공평과세와는 반대방향이고 실명제 취지에도 어긋난다. 자금세탁방지법안을 고쳐 자금출처조사 대상을 5천만원에서 1억원 이상으로 높이려는 것도 지하자금이 빠져나갈 구멍만 넓히자는 것이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실명제보완방안은 비실명자금을 중소기업에 출자하면 면죄부(免罪符)를 주어 세금추징과 출처조사를 않기로 되어 있다. 이것도 자금흐름의 왜곡을 바로잡아 경제를 살려보자는 정부 주장에 국민들이 백보양보한 것인데 여당측은 한술 더 떠 실명제의 유명무실화를 꾀하고 있으니 큰 문제다. 실명제의 보완은 기본골격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소한에 그쳐야지 선거를 의식한 손질은 안된다. 여당은 소수의 기득권층 이익을 대변해 표를 얻으려는 식으로 실명제를 보완하려는 방침을 백지화하기 바란다. 실명제는 문제점을 보완하는 건 몰라도 후퇴시켜서는 안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