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악처에게 쫓기는 남편 〈27〉
다시 스무날이 지났다. 그러나 짐은 고사하고 아무것도 도착하는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되자 누구보다 먼저 근심에 휩싸이게 된 사람은 창고지기였다.
그도 그럴 것이 갖가지 값비싼 보물들로 가득하던 왕의 보물창고는 어느새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생각다 못해 창고지기는 마루프가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왕과 대신을 찾아갔다.
『오, 충성된 자의 임금님이시여! 황송하옵기 그지없사오나 잠시 임금님의 귀를 번거롭게 해드릴 말씀이 있사옵니다. 이 일을 알려드리지 않았다가는 나중에 왜 진작 말씀드리지 않았느냐고 꾸지람을 듣게 될 것이 걱정되기 때문입니다』
왕 앞에 부복한 창고지기는 이렇게 서두를 꺼내었다. 그러자 왕은 창고지기를 굽어보며 물었다.
『오, 나의 충직한 신하여, 대체 무슨 일인가?』
『다름이 아니오라, 임금님의 보물 창고가 거의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하였습니다. 약간의 돈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그다지 오래 견디지 못할 것입니다. 열흘만 지나면 보고는 텅 빌 것이고 그렇게 되면 문을 닫아야 할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왕은 대신을 돌아보며 말했다.
『여봐, 대신, 사위의 짐꾼들은 정말 꾸물대는군. 아직도 아무런 기별이 없는가?』
그러자 대신은 웃으며 말했다.
『오, 현세의 임금님이시여, 임금님께 알라의 자비가 있기를! 임금님께서는 눈이 어두워 그 사기꾼에다 허풍선이를 알아보지 못하셨을 테지만, 그 사나이에게는 애당초 짐 따위는 없었습니다. 장담컨대, 그놈은 처음부터 빈털터리였답니다. 그러면서도 그놈은 끝까지 임금님을 속여 임금님의 보물들을 물쓰듯 써버리고, 버젓이 공주님한테 장가까지 들었으니 세상에 다시없이 뻔뻔스런 놈입니다. 대체 그 허풍선이를 언제까지 그대로 내버려두실 생각이십니까?』
그제서야 왕도 당황하여 말했다.
『그자가 정말 부자인지, 아니면 그대 말처럼 빈털터리에다 허풍선이인지를 알아내려면 대체 어떻게 하면 좋을까?』
『현세의 임금님, 그자의 비밀을 캘 수 있는 사람은 그자의 아내 이외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니 공주님을 불러 휘장 뒤로 데리고 오십시오. 저는 공주님을 구슬려 공주님으로 하여금 그자에게 물어보시게 하겠습니다. 공주님이 나서기만 한다면 그자의 비밀은 반드시 밝혀지고 말 테니까요』
듣고 있던 왕은 말했다.
『그렇게 하도록 하라. 내 목숨을 걸고 말하건대, 만약 그자가 사기꾼에다 허풍선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게 되면 이 세상에서 가장 참혹한 방법으로 처단하고 말리라!』
일이 이렇게 돌아가고 있는데도 마루프는 날이면 날마다 왕의 보물창고에서 금화며 옷이며 갖가지 값비싼 물건들을 꺼내어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기를 그치지 않았다. 그리고 밤이면 밤마다 그 아름답고 사랑스런 공주와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쾌락을 즐기고 있었다. 머지않아 최후의 날이 닥쳐올 것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애써 모른 척하면서 말이다.
<글:하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