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한자 1,800자는 알아야

  • 입력 1997년 9월 9일 20시 09분


▼해방 이후 정부의 어문정책이 국한문 혼용과 한글전용으로 왔다갔다 하는 바람에 젊은 대학 졸업자들 중에는 한자가 섞인 신문 제목을 잘 읽지 못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최근 전국 49개 대학교 남자졸업생 1백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필순에 맞게 「生(생)」자를 쓸 줄 아는 사람이 28%, 「有(유)」자를 쓸 줄 아는 사람이 5%였고 자신의 전공학과를 한자로 쓸 수 있는 졸업생은 3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교 정식 교육과정에는 없지만 학교 재량으로 기본한자 6백자 이내에서 한자를 가르친다. 중학교 한문교육 기초한자는 9백자, 고등학교는 1천8백자다. 물론 대학 교육용 기초한자는 정해진 것이 없다. 취직시험 등에서 영어의 비중이 높아져 대학생들은 영어에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하면서 한자는 구세대가 쓰는 문자로 치부하는 그릇된 풍조마저 있는 것 같다 ▼연로한 세대에서는 문장 속에 한자가 들어가 있어야 빠르고 정확하게 뜻을 이해할 수 있다고 한자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젊은이들이 한자가 섞이지 않은 서적이나 스포츠신문 등을 읽으며 불편을 느끼지 않는 것을 보면 문자생활도 습관이 중요한 것 같다. 북한에서는 문자생활에서 한자를 추방한 지 오래됐으나 국제 사회에서 한자는 영어 다음의 중요한 자리로 올라가고 있다 ▼우리와 이웃하고 있는 중국과 일본 대만 등은 한자를 상용하고 있고 국제무대에서 이들 동아시아국가의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자를 알면 제2외국어로 중국어 일본어를 배우는데 크게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우리말을 정확히 이해하기도 쉬워진다. 이 시대에 한국의 대학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1천8백자 정도의 한자는 알아야 한다. 젊은 세대는 한자학습을 무슨 시대착오인양 외면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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