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환율 불안심리부터 해소를

  • 입력 1997년 8월 27일 20시 40분


미국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이 사상 처음 9백원선을 돌파하면서 외환시장이 널뛰기 장세를 보이고 있다. 동시에 금리가 치솟고 주가가 하락하는 등 자금시장 불안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환율 상승이 수출에 도움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환율의 불안정 상태가 지속되면 기업들에 막대한 환차손(換差損)을 안겨줄 뿐만 아니라 자칫 외환위기를 초래할 우려도 없지 않기 때문에 적극적인 안정대책이 시급하다. 환율이 급등하는 것은 국제수지적자와 금융기관의 신용도 추락에 따른 해외자금 차입 애로에 근본 원인이 있지만 외환시장에 팽배한 불안심리가 당장의 문제다. 외환보유고가 3백억달러를 약간 웃도는 수준으로 줄어 시장개입에 한계가 있긴 하나 가수요와 투기를 차단, 외환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과감하고 일관성 있는 환율안정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다. 수출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어느 정도의 환율상승은 불가피하지만 급격한 변동은 바람직하지 않다. 주초 정부가 금융시장안정대책을 발표한 직후 환율이 급등한 데 유의할 필요가 있다.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엔 내용이 미온적이고 근본적인 처방이 못된다는 판단이 시장을 지배하면서 불안심리를 부추겼다. 재정경제원은 어제 보유외화의 방출과 외자조기확보 등의 추가대책을 내놓고 불끄기에 나섰지만 며칠전의 대책 발표 때 한꺼번에 내놓았어야 했다. 매번 한발씩 늦는 정책대응으로 비용은 비용대로 치르고 나서야 사태수습에 허둥대는 정부를 이해할 수가 없다. 동남아 국가들이 겪는 외환위기가 우리나라에도 오지 않을까 걱정된다. 해외 연구기관들은 동남아에 이어 한국이 국제투기자본의 공략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고 있다. 환율급등이 일시적인 수급불안 때문이라고 안이하게 볼 일이 아니다. 안정적인 환율정책으로 정책의 신뢰성을 제고하는 한편 금융 전반의 경색을 푸는데 미적거려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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