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서해안 해수범람은 人災다

  • 입력 1997년 8월 21일 20시 32분


연사흘간 서남해안 일대 농경지와 가옥이 바닷물에 잠긴 해수침수 사태는 또 다른 인재(人災)의 전형이다. 지금까지 집계만으로도 가옥 1천3백여채와 농경지 2천여㏊가 바닷물에 잠기고 방조제 3백28곳 19㎞가 유실돼 90여억원의 재산피해가 났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어도 예측 가능한 재난이 예보조차 되지 않은 가운데 발생했다는 점에서 할 말을 잃는다. 서남해안은 백중(百中)사리때마다 바닷물 범람이 되풀이되는 상습 해수침수지역이다. 이번에는 태풍 「위니」의 영향까지 받아 침수피해가 더욱 클 것으로 예견됐었다. 그러나 어느 재해관련기관도 이를 예고하지 않았으며 사후 책임전가에만 급급하고 있다. 중앙재해대책본부도 사전대비는 물론 응급복구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가 뒤늦게 잠정피해액을 집계해 발표한 것이 고작이다. 자연재해는 일반적으로 통제불가능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이번 해수침수는 상황이 다르다. 재해 발생전 예측이 가능했고 그에 따른 대비책으로 사전에 방조제의 보강과 응급복구를 위한 조치가 이루어졌어야 했다. 해마다 이맘 때쯤 서남해안의 해수범람이 연례행사처럼 되풀이해 온 것이라면 주민들의 이주와 농경지 보전 등의 대책이 오래전에 세워지고 지금쯤은 마무리 됐어야 옳다. 이에 대한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 재난 무방비는 우리사회에 만연된 안전불감증과 당국의 무책임한 자세 탓이 크다. 또한 위기관리체계가 제기능을 하지 못함으로써 사전의 예방과 대비, 사후의 대응과 복구활동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자연재해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위기상황이라는 점에서는 인위적 재해와 다름이 없다. 대형참사에 대응하는 구난구조체계가 그대로 작동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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