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14살 초단 돌풍 『이세돌 경계경보』

  • 입력 1997년 7월 25일 20시 22분


무서운 섬소년 李世乭을 조심하라. 프로바둑계에 「李世乭 경계경보」가 내려졌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얕봤다간 큰코 다친다. 고사리손끝에서 나오는 장풍은 거목도 단숨에 무너뜨리는 괴력을 갖고 있다. 李世乭 초단의 나이는 14살. 입단한 지 고작 2년이 지났다. 고향은 전남 신안앞바다에 가라앉을듯 떠 있는 비금도. 그러나 코흘리개를 겨우 면한 이 섬소년의 눈은 벌써부터 세계를 쏘아보고 있다. 기라성같은 선배기사들도 李초단 앞에 앉으면 복더위가 싹 가신다. 고단진 기사 중 그가 던진 표창에 치명상을 입은 「피해자」도 여럿 나왔다. 먼저 올해 진로배에서 9연승 신화를 창조한 徐奉洙 9단. 그는 5월9일 벌어진 대왕전 본선 1회전에서 李초단에게 흑 2집반패를 당하고선 한동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바둑교수」인 鄭壽鉉 9단도 대왕전 예선에서 李초단의 태풍에 휘말려 맥없이 나가떨어졌다. 이에 앞서 4월 28일 열린 LG배 세계기왕전 2차 예선에서는 중견강호 吳圭喆 6단이 희생양이 됐다. 李초단은 吳6단 등에게서 파죽의 6연승을 거두며 국제기전본선에 최연소로 출전하는 영광을 안았다. 가장 최근에 혼쭐이 난 기사는 崔珪昞 8단. 동양증권배 후지쓰배 삼성화재배 LG배 등 국제기전 본선에 출전한 바 있는 관록의 기사 崔8단은 지난 22일 배달왕기전 본선 1회전에서 「풋내기」 李초단을 만나 불계패했다. 李초단의 번개작전에 힘한번 쓰지 못하고 1백68수만에 손을 들고 만 것. 李초단처럼 맹활약을 보이는 초단 기사는 없다. 다시 말해 고단 기사를 농락할수 있는 기사는 李초단이 유일하다. 이를 입증하듯 그의 최근 성적은 눈부시다. 4월초 현재 13승 4패로 76.47%의 승률을 보인 李초단은 5월과 6월초에도 21승 1무 5패와 26승 1무 7패로 79.6%, 77.9%의 높은 승률을 기록했다. 7월에는 승률이 다소 떨어져 중순 현재 74.42%(32승 1무 10패)를 기록했으나 초단 기사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성적이다. 지난 6월 30일 현재로 본 올해 상반기 성적에서도 그는 77.50%로 저단진 승률부문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다승 랭킹 10위권에 든 초단기사 역시 李초단이 유일했다. 그는 특히 5월 29일부터 6월 13일까지 7연승을 올려 그의 기세가 단순한 돌풍이 아님을 실감케 했다. 李초단은 해마다 기력의 급신장을 보여 한국바둑의 샛별로 떠오르고 있다. 입단 첫해에 종합전적 6승 6패로 승률 50%를 기록한 李초단은 지난해에는 33승11패로 61.11%로 뛰어오르더니 올해는 아예 70%대에서 내려오려 하지 않고 있다. 80년대 후반 10대 중반의 어린 나이로 욱일승천했던 李昌鎬 9단을 연상시킬 만큼 맹위를 떨치고 있는 것. 공격적 기풍을 좋아하는 李초단은 국내외 본선 무대의 문을 예상보다 빠르게 두드리고 있어 더욱 주목된다. 비록 1회전에서 모두 패하기는 했지만 올해 LG배 본선에서 중국의 창하오(常昊)8단과 격돌해 선전했고, 테크론배에서도 金秀壯 9단을 맞아 작은 고추의 매운 맛을 보여주었다. 입단 전부터 李昌鎬 9단을 따라잡을 기재를 가진 것으로 관심을 모은 李초단은 친형인 李相勳 3단과 함께 형제기사로 바둑계에 잘 알려져 있기도 하다. 또다른 형제기사로는 金秀英 7단과 金秀壯 9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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