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회는 돈세탁방지법 왜 미루나

  • 입력 1997년 7월 25일 20시 22분


국회 재정경제위원회가 자금세탁방지법 제정 및 금융실명제긴급명령의 입법화를 이번 회기에서 처리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국회의원들은 이들 법안이 경제회생에 나쁜 영향을 준다고 말하지만 속내는 떡값 명목의 불법정치자금 노출을 꺼리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돈 덜드는 선거, 깨끗한 정치를 외치는 국회의원들이라면 이를 뒷받침할 법제화에 미적거리지 말고 앞장서야 옳다. 자금세탁방지법의 쟁점은 검찰수사나 세무조사를 위해 금융기관이 5년간 보관해야 하는 자금거래 규모다. 1억원이상으로 하자는 여당과 3천만,5천만원이상으로 하자는 야당 주장이 맞서 결론을 못내고 다음 국회로 미뤘다. 마약 밀수 탈세 뇌물 불법정치자금 등 불법자금의 거래와 세탁을 막자는데 금액에 집착하는 여당의 저의가 의심스럽다. 비(非)실명자금도 도강세(渡江稅)를 물고 중소기업에 출자하면 과징금면제 등 면죄부(罪符)를 주고 40%의 소득세를 내면 분리과세 혜택을 주기로 한 금융실명제 개정안도 문제는 많다. 그럼에도 지하자금 양성화 차원에서 이를 수용하되 자금세탁방지법을 제정, 불법자금거래를 차단한다는 게 당초 취지다. 따라서 자금세탁방지법 제정은 미루고 실명제만 손질해 빈껍데기로 만드는 건 절대 안된다. 돈세탁은 이미 각국이 법으로 금지하고있으며 뇌물공여금지법을 만들자는 이른바 반(反)부패라운드가 본격 추진되고 있다. 이같은 국제적인 추세가 아니라도 우리는 한보(韓寶)사태 등에서 드러난 정경유착(政經癒着)과 부패고리를 끊고 투명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자금세탁방지법을 제정하는 일이 시급하다. 자금세탁과 관련된 불법자금을 몰수 추징하는 등 처벌규정을 추가해 보다 강력한 법을 만들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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