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이창호9단 청바지차림 대국 볼썽사납다

  • 입력 1997년 7월 22일 11시 59분


李昌鎬 9단은 청바지를 벗을 수 없을까. 李9단의 차림을 놓고 한 마디씩 하는 바둑인들이 늘고 있다. 李9단은 국내는 물론 세계바둑의 최강자.국내기전의 경우 하루가 멀다 하고 도전기를 치를 만큼 그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문제는 별 신경을 쓰지 않는듯한 그의 옷차림. 그는 예선과 본선은 물론이고 도전기에서조차 물 빠진 청바지를 곧잘 입고 나와 눈쌀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특히 최근 잦아지는 曺薰鉉 9단과의 師弟대결에서도 李9단은 주위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청바지를 고집하고 있다. 21일 끝난 제31기 왕위전 도전 7번기. 지난 25일부터 네 차례에 걸쳐 이 기전의 대국이 치러지는 동안 李9단은 줄곧 청바지를 입은채 스승과 맞대국을 벌였다. 대국 결과는 종합전적 4대0으로 李9단의 승리. 李9단은 曺9단에 또다시 패배를 안기며 타이틀을 방어하는 개가를 올렸으나 예의의 측면에서는 곱지않은 뒷소리를 남기고 있는 것이다. 李9단의 청바지 대국은 비단 왕위전뿐만이 아니다.그는 주요 대국에서는 대부분 청바지를 입고 나온다. 근래 열린 비씨카드배와 배달왕기전, 최고위전에서도 일부 대국을 제외하고는 어김없는 청바지 차림이었다. 올해 도전기중 유일하게 청바지를 입지 않은 기전은 KBS바둑왕전으로 李 9단은 TV방송을 의식해서인지 모처럼 양복차림을 하고 나왔다. 최고수인 李9단이 보이는 일거수 일투족이 바둑계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는 점을 생각할 때 그의 차림을 가볍게 넘겨버릴 수는 없다. 반드시 李9단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으나 요즘 신예기사들은 너나 할 것없이 청바지를 즐겨 입는 바람에 장년층의 기사들로부터 버릇없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최근 패왕전에서 曺薰鉉 9단과 격돌한 劉昌赫 9단도 물빠진 청바지 차림으로 대국했고 崔明勳 5단, 睦鎭碩 3단, 金榮桓 4단 등 신예강자들도 걸핏하면 청바지를 입고 나와 상대와 마주앉는다. 李9단처럼 비중있는 기사는 적어도 공식대국과 공식석상에서는 복장을 제대로 갖춰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바둑애호가들이 주시하는 도전기에까지 옆집나들이 가듯이 「편한」옷을 입고 출전한다면 상대기사와 바둑애호가에 대한 결례가 됨은 물론 바둑의 품위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관전필자 朴永喆씨는 『단순히 기보만으로 바둑을 즐기던 시대는 지났다』고 전제한 뒤 『TV대국이 일반화하고 다양한 바둑매체가 나오고 있는 만큼 프로기사들은 차림에도 신경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둑은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藝道임을 생각할 때 복장에 대해서도 대국자 자신이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 일본에서는 본선 이상의 대국에서는 정장 차림을 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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