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426)

  • 입력 1997년 6월 30일 07시 57분


제8화 신바드의 모험 〈79〉 『그런데 현자 두반에 관한 또 하나의 흥미로운 기록이 남아 있으니, 그후 그는 십칠 년이란 세월이 흐른 뒤 또 다시 이 나라로 돌아옵니다. 그분이 왜 십칠 년이란 세월이 흐른 뒤 새삼스레 이 나라로 왔던가 하는 데 대한 확실한 기록은 물론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추측을 해 볼 수는 있는 것이, 현자 두반이 이 나라로 되돌아왔을 때가 바로 이 나라 첫째 공주님의 나이가 열일곱 나던 해였습니다』 듣고있던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나는 계속했습니다. 『그후 현자 두반은 삼 년 동안 이 나라에 머물다가 다시 자기나라로 돌아갔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가 머무른 삼 년 사이에 이 나라의 세 분 공주님들은 모두 결혼을 하였던 것입니다. 결국 현자 두반은 어린 임금님을 대신하여 무려 이십 년 동안 이나라 백성들에게 성은을 베푸셨고, 그 뒤에는 어여쁜 세 분 공주님들께도 똑같은 자비를 베푸시기 위하여 삼 년 동안을 더 머무르셨던 것입니다』 사람들은 아무말하지 못했습니다. 잠시 후 나는 계속했습니다. 『그밖에도 흥미로운 기록들이 많습니다만 지금까지 말씀드린 것만을 종합해 보아도, 이 나라 선조들은 성침을 반드시 당대 임금님 한 사람의 성무(聖務)로 고집하지는 않았던 것입니다. 경우에 따라, 사정에 따라 가장 현명하고, 알라의 뜻에도 어긋나지 않는 방법을 찾아 유연성있게 집행하였던 것입니다. 그렇다고 그 성스런 직무를 아무한테나 맡겼다는 뜻은 아닙니다. 피치못하여 성무를 다른 사람에게 맡길 때는 회교도로서 신앙심이 깊고 인품이 극히 뛰어난 사람을 찾아 그에게만 맡겼던 것입니다. 그리고 비록 인품이 뛰어난 분이라 할지라도 내국인에게 성무를 맡기지는 않는 신중함도 역사를 통해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가 비록 신앙심 깊고 인품이 훌륭한 사람이라할지라도 내국인에게 성무를 맡기면 자칫 혼란을 초래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셨기 때문이겠지요』 내가 여기까지 말했을 때 좌중의 중신 한 사람이 나에게 질문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는 잘 들었소. 그렇다면 당신 생각에는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 즉 공주님의 결혼은 어떻게 하면 좋겠소?』 그가 이렇게 말하자 곁에 앉은 왕 또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왕 또한 같은 질문을 하고 싶었던 것 같았습니다. 나는 대답했습니다. 『제 생각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두 가지 방법은 모두 현명하고, 그리고 알라께서도 수긍하실만한 방법이어서 어느 것이 낫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자 성미 급한 장로 하나가 물었습니다. 『그 두 가지 방법이란 게 뭐요?』 『그것은 첫째, 우리의 충성된 임금님만큼이나 신앙심이 깊고 인품이 고결하신 외국의 임금님께 공주님을 여행시켜 성은을 입어오게 하는 것이요 둘째, 충성된 임금님에 버금가는 외국의 현자나 성인을 국내로 모셔와 공주님께 성은을 입히게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한다면 우리의 충성된 임금님께서는 근친상간이라는 마음의 고통을 피하실 수 있으니, 이는 알라의 뜻에도 부합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왕을 비롯한 모든 중신들과 장로들은 내말에 크게 기뻐하였습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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