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자락 평창동 주택가의 가파르지 않은 기슭에 자그마한 집터가 자리잡고 있다.
남북방향으로 깊이를 가지면서 동쪽의 큰 길과 북쪽의 작은 길이 거의 직각으로 만나는 모퉁이 땅인 이 곳에 살림집이 있다.
대지를 따라 길게 펼쳐진 「열린 집 하나」는 단순한 형태, 기하학적 윤곽, 백색의 거친 면, 고동색의 쪽널, 연두색의 매끈한 면이 외부적 특징이다.
현관을 통해 거실로 향하면 천장이 높아지면서 앞뜰의 아름다운 자연이 병풍처럼 다가온다.
아이들 방에 이르는 두개의 층으로 뚫린 통로에는 천창을 통해 빛이 폭포처럼 쏟아져 들어와 시각적 청량감을 준다.
부엌은 주부가 현관을 거치지 않고도 물건을 쉽게 들여놓을 수 있도록 차고쪽에 별도의 출입문을 뒀다.
크기와 높이가 세심하게 배려된 창문은 부엌에서 조리를 하거나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도 뒤뜰에 놓인 장독 나무 꽃들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도록 한다.
주계단을 따라 한층을 올라서면 전통적인 정자처럼 사방에서 자연을 끌어들이고 있는 서재에 들어서게 된다. 창문에 걸린 남산과 북한산은 마치 액자에 넣어진 듯 하다.
서재에서 몇 계단을 올라서 있는 주인 침실은 평면적 동선에 변화를 준다. 빛의 폭포옆에는 열려진 가족끼리의 공간이, 바닥과 높이가 같은 욕조가 있는 욕실이 있다.
욕실에서는 천창과 측창이 선사하는 빛과 하늘과 산을 바라보는 조망이 있어 즐거움을 더해준다.
이따금 집을 찾는 할아버지를 위한 방은 앞뜰과 가장 가까운 곳에 두었고 공부하다 한번씩 뜰을 내려다보며 머리를 식히도록 큰 아이방 앞에는 베란다가 있다.
그리고 지금은 작은 아이에게 꼭맞는 방이지만 아이들이 성장함에 따라 칸막이 벽만 철거하면 옆의 방과 합쳐져 더 넓은 하나의 방으로 쓸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지하실에도 빛이 들어가므로 어두워지기 쉬운 지하 공간도 지상처럼 느낄 수 있다. 또 옥상 정원은 눈높이의 울타리 덕분에 바깥이면서도 아늑하고 포근한 사적인 공간으로 활용된다.
평창동 살림집의 자유로운 내부는 빛의 유희로 공간적 질서가 잡혀 거주자에게 정서적 안정감과 생활의 생동감을 부여한다.
따라서 「열린 집 하나」에는 자유와 질서가 있는 풍요로운 빛의 공간이 있으며 삶의 즐거움이 스며 있다.
▼약력 △한양대건축공학과졸 △프랑스 파리―벨빌 건축8대학 사회과학고등연구원졸 △프랑스국가건축사 △예술사학박사 △한국건축가협회상 수상 02―290―0306
정진국(한양대 건축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