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업 구조조정과 감원바람

  • 입력 1997년 6월 1일 20시 25분


불황이 장기화되자 대기업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작업이 확산되면서 대량 감원(減員)의 찬바람이 다시 일고 있다. 쌍용그룹이 쌍용자동차와 쌍용양회의 조직개편과 함께 대규모 명예퇴직을 준비하고 있는가 하면 기아 뉴코아 두산 등 상당수의 그룹도 인력감축과 사업재편계획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을 보며 근로자들 사이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의 실업자수는 공식집계로 70만명을 넘어섰다. 잠재실업을 합할 경우 1백만명을 웃돌 것이라는 추정이다. 이에 따라 실업급여 지급액이 하루 2억원을 돌파했다. 여기에 기업구조조정에따른 대량 감원이다시이어진다면 민생불안과 사회적 부담이 걱정스럽다. 그러나 지금의 기업구조조정은 단순한 경기대응전략이 아니라는 데 심각성이 있다. 우리 산업은 이미 노동력에 의존하는 구조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고 있다. 개방과 무한경쟁에 노출되면서 우리 기업들은 생산방식을 자본집약 기술집약 정보집약형으로 바꾸지 않으면 안될 상황을 맞고 있다. 따라서 지금 진행되고 있는 우리 산업계의 구조조정은 한 때로 끝나는 작업이 아니라 국제경쟁력을 확보할 때까지 계속될 수밖에 없는, 새로운 생산방식에 맞게 인력수급구조를 재편하는 작업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기업과 근로자는 물론 정부도 함께 저고용(低雇傭)구조로의 산업개편을 피할 수 없는 과제로 받아들이고 그런 환경 속에서 어떻게 총체적 고용수준을 유지할 것인지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러려면 우선 기업이 고용책임을 무겁게 느껴야 한다. 경기가 한창 좋을 때 우리 기업들은 구조조정을 외면한 채 무분별한 기업확장에 몰두했다. 지금의 과잉인력이 그 무분별한 확장경영의 산물인 점을 부인할 수 없다면 그 인력의 정리에 있어서도 기업이 고통을 분담하는 자세가 바람직하다. 가까운 일본이나 유럽국가 들은 구조조정기의 인력문제를 대량감원으로 해결하기 보다는 작업시간단축 배치전환 등 근무구조 조정으로 풀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5천5백명을 감원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고도 감원 대신 신규채용을 줄여 고통을 분산하는 쪽으로 대처하기로 한 것은 바람직하다. 근로자와 정부도 이제는 변해야 한다. 임금수준보다 고용을 중시하는 쪽으로 노동운동의 방향도 바뀌어야 하며 투자가 국내에 유치되도록 정부가 환경을 만들어가야 한다. 해외에 진출한 우리기업의 현지고용과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 근로자를 합치면 우리가 외국인에게 내주는 일자리가 1백만을 넘는다는 추정이다. 산업구조조정은 진행하되 그에 따른 실업의 부담을 분산하고 줄이는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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