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382)

  • 입력 1997년 5월 13일 20시 33분


제8화 신바드의 모험〈35〉

정말이지 소름이 끼치는 괴물이었습니다.

키는 커다란 대추야자 나무처럼 크고, 덩치는 집채만했습니다. 살갗은 온통 검댕을 칠한 것처럼 시커멓고, 눈알은 숯불처럼 벌겋게 이글거리고 있었으며, 어금니는 멧돼지의 그것처럼 튀어나와 있었습니다.

낙타처럼 크고 긴 입술은 축 늘어져 가슴패기에까지 늘어뜨리고 있었고, 벌어진 입은 우물 속처럼 보였습니다. 귀는 두척의 배처럼 생겨먹었는데 그것들은 양 어깨를 덮고 있었고, 커다란 손톱은 사자의 발톱처럼 꼬부라진 것이 길고 날카로웠습니다. 그 무시무시한 거인을 보는 순간 겁에 질린 우리는 실신할 지경이었습니다. 거인은 느릿느릿 우리들에게로 걸어왔습니다. 그리고는 여러 상인들 중에 하필이면 나를 골라 다리를 잡고 거꾸로 쳐들어올렸습니다. 그런 다음 커다란 손으로 내 몸을 두루 만져보았는데 그것은 흡사 백장이 짐승을 도살할 때 그렇게 하는 것과 같았습니다.

『오, 알라시여! 하필이면 왜 저입니까? 이 사악한 거인의 먹이가 되기에는 제 청춘이 아깝지 않습니까? 저는 아직도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답니다』

내가 이렇게 기도하는 동안 내 몸을 두루 만져보고 있던 거인은 무슨 생각을 했던지 나를 도로 바닥에 내려놓았습니다. 그 대신 다른 상인 하나를 잡아올렸습니다. 거인은 다시 그 상인의 몸을 두루 만져보더니 그 상인 또한 놓아주었습니다. 나와 그 상인은 고생과 피로로 인하여 몸뚱어리가 말라빠져 뼈와 가죽만 남아 있었기 때문에 살이 없다고 거인은 판단한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몇 사람을 차례로 뒤집어놓고 몸을 만져보던 끝에 거인은 마침내 선장을 골랐습니다. 선장은 뼈대가 큼직하고 어깨가 딱 벌어진 사나이로서 투실투실하게 살이 쪄 있었던 것입니다. 선장을 골라잡은 거인은 백장이 짐승을 다루듯 선장을 움켜잡고는 느닷없이 땅바닥에다 태질을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목을 발로 짓눌러 꺾어버렸습니다. 선장은 찍 소리도 못하고 죽고 말았습니다.

선장이 죽자 거인은 길다란 쇠꼬챙이로 선장의 등에서 정수리로 꿰었습니다. 그리고는 벌겋게 불을 피워놓고는 쇠꼬챙이에 꿴 선장을 그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거인은 선장을 몇 번이고 뒤집어 가며 불에 구웠습니다. 그러던 끝에 그것을 통째로 구운 양고기처럼 자신의 앞에 내려놓았습니다. 그리고는 통닭이라도 뜯듯이 사지를 찢어 아귀아귀 살을 발라먹기 시작했습니다. 고기를 다 먹은 뒤에는 뼈다귀까지 아작아작 씹었습니다. 선장의 몸뚱어리를 깨끗이 먹어치운 거인은 남아 있는 몇 개의 딱딱한 뼈다귀는 저편 벽면으로 던져버렸습니다. 그리고는 얼마 동안 돌걸상에 걸터앉아 트림을 하고 방귀를 뀌었습니다. 그 냄새가 얼마나 지독했던지 우리는 코를 틀어막지 않으면 안되었습니다.

잠시 후 거인은 식곤증이 몰려오는지 돌걸상에 길게 드러누웠습니다. 그리고는 이내 잠들었습니다. 거인은 목이 찔린 염소나 황소가 비명을 지르는 것 같은 소리로 코를 골기도 하고, 아주 얄궂은 소리를 내기도 하면서 잤습니다. 그제서야 우리는 우리의 배를 탈취한 원숭이들이 왜 그렇게 도망치듯 사라졌는가 하는 걸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원숭이들은 이 거인의 손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렇게 도망을 쳤던 것입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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