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과외문제 정부가 나설 때

  • 입력 1997년 5월 12일 20시 16분


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부모들은 과중한 사교육비 부담으로 허리가 휠 지경이다. 자식들의 장래가 달려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고통을 내색조차 못하고 속으로만 앓으며 정부가 어떻게든 실효성있는 대책을 내놓기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교육당국의 대처방식은 안이하고 미온적이다.

교육부가 어제 국회 경제대책회의에 보고한 「과열과외 완화 및 과외비 경감대책」만 해도 그렇다. 제목은 그럴 듯하지만 위성과외 실시 등 이미 발표했던 내용들의 재탕이다.

아무리 연말 대선을 의식한 국회의원들의 대책 요구에 따라 마지 못한 듯 내놓은 것이라고는 하지만 과연 교육당국이 과외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해결할 능력과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그뿐 아니다. 현재 사교육비 경감 대책과 관련해 교육전문가나 학부모들은 교육개혁위원회의 제4차 교육개혁안을 주시하고 있다. 이 개혁안에는 과외대책과 유치원 공교육화방안 등 사교육비 절감을 위한 핵심과제들을 포함하고 있으며 이미 공청회를 거쳐 각계의 의견이 취합된 상태다. 그러나 지난달 초 발표할 예정이었던 이 개혁안은 아직 발표 시기조차 잡혀 있지 않아 답답함을 더해준다. 이처럼 발표가 차일피일 미뤄지는 것은 최종 결론을 내리는 과정에서의 진통 때문이라고 하지만 교육당국이 정책결정에 자신감과 결단력을 갖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는 탓도 크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과외비 지출은 지난 몇년사이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될 심각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 대우경제연구소의 조사결과 과외비가 4년 전에 비해 세배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으며, 한국교총 조사로는 올 한해 과외비가 GNP의 2.2%인 10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더욱이 최근 경기침체로 집집마다 씀씀이를 줄이고 있는 형편이므로 과외비 지출 증가에 따른 각 가정의 고통은 이만저만 크지 않다. 이 어려운 상황에서 교육당국이 한가하게 원칙론이나 따지고 있다면 과외문제에 두손을 놓고 있다는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없다.

과외문제를 풀어나가는 데는 이제 더 이상 기상천외한 묘안이 없다. 그동안 묘안이라는 묘안은 다 동원했어도 망국적인 과외를 근절시킬 수 없었던 것이 이를 입증한다. 하지만 국민을 사교육비 부담의 고통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열쇠는 결국 교육당국이 쥐고 있다. 물론 원칙은 학교교육의 정상화를 통해 사교육비를 차근차근 줄여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그때까지 무작정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 대입제도 개선 등의 단기적인 요법을 통해서라도 그 기간을 단축해야 한다. 문제는 사태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과 해결하려는 의지다. 교육당국의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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