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大入 초점은 교육정상화

  • 입력 1997년 5월 3일 21시 42분


고교 교육정상화의 열쇠는 대학이 쥐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고등학생의 대학진학률이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 여건에서는 대부분의 교과과정이 대학진학을 염두에 두고 진행되기 때문이다. 엊그제 발표된 98학년도 대학입시 전형요강을 보면 국내 대학들이 여전히 수능시험 위주의 신입생 선발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실망스럽다. 학부모들이 피부로 느끼는 것처럼 수능시험은 망국적 과외수요를 촉발시키는 주범이나 다름없다. 또 수능 위주로 시험이 치러지면 수험생들은 학교수업은 제쳐두고 수능에만 매달리게 되고 학교교육은 파행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요강에 따르면 각 대학들은 이번에 특차모집 비율을 크게 늘렸다. 지난해 전체 모집인원의 21%에서 26%로 확대했으며 특차실시 대학도 94개에서 1백12개로 증가했다. 대학들이 다투어 특차를 확대하는 이유는 우수학생을 선발하는데 가장 효과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특차전형은 거의 수능성적 위주로 이뤄지고 있어 특차모집 인원의 확대는 수능 위주의 수험준비를 더욱 확산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에 비해 학교성적과 출결석 봉사활동 등 고교 3년간의 학교생활기록을 기재하는 학생부의 실질 반영비율은 8.34%로 지난해보다 0.15% 늘어난데 그쳤다. 그나마도 교육부가 각 대학에 학생부 반영 비율을 늘려 잡으라고 종용한 결과다.많은 논란 속에서도 학생부는 교육정상화를 위해 바람직한 전형방식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교육의 최종 목표가 전인교육에 있다면 고교의 수학내용을 다방면에 걸쳐 평가하는 학생부는 가장 적합한 기준이다. 대학들이 학생부 반영비율을 높이면 학생들은 높은 평점을 얻기 위해 학교수업에 충실하게 되고 그만큼 과외의 입지도 좁아진다. 현행 학생부 전형방식에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특수목적고 학생들에게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되어 있고 대학에서도 각 고교의 학생부 작성과정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꾸준한 보완작업이 이뤄졌으며 2000년부터는 절대평가방식이 도입돼 불합리한 점이 줄어들게 된다. 학생부의 정착을 위해서도 각 대학들은 이를 외면해서는 안된다. 미래는 창의력과 개성의 시대다. 학업성적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특정분야의 재능과 리더십을 갖춘 인재들에게 수학기회를 주는 것이 사회발전을 위해 올바른 방향이다. 학교장추천 특기자 선 효행 등 대학이 스스로 정한 기준에 따라 신입생을 뽑는 제도가 이번에 크게 늘어난 것은 이같은 맥락에서 아주 환영할 만하다. 선발과정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이 보장되어야 하겠지만 기존 전형방식이 안고 있는 학력서열화의 맹점을 개선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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