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꽃의 역사와 「고양세계꽃박람회」

  • 입력 1997년 5월 3일 21시 42분


▼꽃의 특징으로는 아름다운 자태(姿態)와 함께 향을 빼놓을 수 없다. 꽃향은 번식을 위해 곤충을 부르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인간에겐 식욕을 돋우거나 수면촉진 정서순화 역할도 해준다. 봄엔 수선화 라일락, 여름엔 백합 치자, 가을엔 국화 금목서 등이 아름다운 향기를 자랑한다. 월계수나 귤나무 허브는 4계절 향을 선사하고 낮과 밤을 가려 도도하게 향기를 뿜는 것도 있다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심신(心身)의 병을 치료하는 데 꽃을 활용했다. 이른바 원예치료요법. 고대 이집트인들은 환자에게 정원을 거닐고 꽃을 가꾸게 해 병을 치료했다. 절세미녀 클레오파트라는 침상에 장미꽃을 두어 불면증을 달랬다는 일화도 있다. 미국 미시간주립대학에서는 50년대부터 원예치료 커리큘럼을 개설, 학위를 줄 정도로 서구에선 이 요법이 인기다 ▼아름답고 여리기만 한 튤립이 3백60여년전 네덜란드 사회를 흔들어 놓았다. 지중해 동해안에 자생하던 튤립이 서유럽에 소개된 건 16세기. 우아한 자태와 환상적인 색깔에 반한 네덜란드인들은 이 꽃을 갖는 것 자체를 사회적 신분의 표상으로 여겼다. 자연스럽게 암스테르담에는 거대한 튤립시장이 형성됐고 투기열풍이 번졌다. 집과 땅을 팔아 튤립거래에 몰두하던 투기꾼들이 발을 빼기 시작하면서 이 나라 경제는 이내 공황에 빠졌다 ▼경제학자들은 이를 투기가 몰고온 인류 최초의 경제공황이라고 부른다. 네덜란드는 이후 튤립의 나라가 된다. 경기 고양시 일산호수공원에서 어제 개막된 「97고양세계꽃박람회」에는 30개국에서 출품된 갖가지 화훼류가 수려한 자태를 뽐낸다. 우리나라에서 세계 꽃박람회가 열리기는 처음이다. 고양꽃축제에 들러 각박한 생활에 지친 머리를 잠시나마 식혀봄직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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