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영교수의 EQ세계]도덕성 교육「때」놓치면 안돼

  • 입력 1997년 5월 2일 08시 20분


정우는 이웃집에 놀러갔다가 그집 아이들 장난감상자에서 전자총을 꺼내 주머니에 넣고 집으로 돌아왔다. 자기방 침대밑에 전자총을 숨겨뒀던 정우는 며칠후 엄마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았고 엄마와 함께 이웃집에 가서 용서를 빌었다. 그날 정우는 아빠가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었다. 『엄마가 아빠에게 이야기해줘요』라고 말했다. 엄마가 『네가 한 일은 당연히 네가 말씀드려야지』라고 대답했더니 정우는 『아빠가 때릴텐데』라며 겁을 냈다. 엄마는 『힘들지만 아빠에게 정직하게 말씀드려야 하는 거야』라고 부드럽게 말했다. 아빠가 현관문을 들어서는 순간 정우는 달려가서 『아빠, 나요, 정훈이가 하도 전자총을 자랑하는 바람에 그애 총을 말도 없이 가져왔는데요, 내가 오늘 그것을 돌려줬구요, 정훈이 엄마에게 혼났구요, 엄마한테도 다 말했어요. 아빠, 솔직하게 말했으니까 난 정말 나쁜 도둑놈이 아니지요』라며 숨도 쉬지 않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아빠는 『장남감이라도 다른 사람의 물건을 훔치면 도둑놈이야. 솔직하게 말하니 됐다. 다시는 그러지 말아라』라고 타일렀다. 그날 저녁 정우는 『오늘은 정말 좋은 날이에요. 엄마, 생각이 안 날 때는 괜찮은데 자꾸 생각이 났어요. 괴로웠어요』라고 말한 뒤 『난 정말 엄마가 좋아요. 엄마한테 이야기하니까 가슴이 뻥 뚫렸어요』라며 웃었다. 도덕성의 기초는 생활중에 조금씩 자란다. 어느날 갑자기 도덕 교과서로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끊임없이 아이들의 행동을 관찰해야 한다. 때를 놓치지 말고 바로 잡아야 한다. 또한 평소에 아이와 따뜻한 관계를 가져야 한다. 부모에게 사랑을 느껴야 아이는 마음을 털어놓기 때문이다. 이원영〈중앙대·유아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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