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中企 살릴 비상대책 세우라

  • 입력 1997년 4월 28일 20시 25분


중소기업 자금난이 최악이다. 내수와 수출 부진으로 경영난에 빠진 중소기업들이 최근엔 금융시장 불안까지 겹쳐 이중 삼중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기술력과 사업성을 갖춘 유망중소기업마저 경영외적인 여건때문에 하루 하루 부도를 면하는 데 피를 말리고 있다. 정부는 중소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부도 공포증을 해소할 비상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적어도 유망중소기업이 일시적인 자금난이나 금융시장 불안정의 희생물이 되어서는 안된다. 중소기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사업체 수 99%, 종업원 70%, 부가가치 창출50%, 수출이 40%에 이를 정도로 크다. 작년 우리나라 총수출증가율은 3.7%에 불과했으나 중소기업 수출증가율은 9.7%에 달했다.중소기업 경영난을 마냥 놔둘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부도위기에 몰린 일부 중소기업들은 월10%에 이르는 고리사채(高利私債)를 끌어다 연명하고 있다. 여기에다 대기업들이 물품대금 어음 결제기간을 대폭 연장해 중소기업 자금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금융시장 전반으로는 자금이 남아 도는데 기업 자금난은 갈수록 심한 것은 일선 금융종사자들의 복지부동(伏地不動) 탓도 크다. 한보부도 처리 과정에서 신용대출이 부실대출의 원인이라며 배임(背任)으로 처벌하는 금융사정(司正)이 복지부동을 불러왔다는 금융계 지적에 일리가 있다. 부도방지협약 체결 이후 빚어진 대출금회수 신규대출중단 등의 금융혼란도 당국의 신중하지 못한 정책때문이다. 금융시장의 안정심리를 회복시키는 것이 금융이 제 기능을 하도록 하는 지름길이다. 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저임에 의존하는 한계기업의 도산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경쟁력있는 기업의 부도를 막는 데는 정부가 발벗고 나서야 한다. 하반기부터 시행키로 되어있는 1백억원 규모의 어음보험제 및 기술담보제 등 중소기업 부도를 막기위한 각종 시책을 상반기에 앞당겨 시행하는 문제를 정부는 검토하기 바란다. 연관기업의 연쇄부도 방지책으로 시행중인 기업회생특례자금 운용규모도 올해 3백억원에서 대폭 늘려야 한다. 재원이 부족하다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서라도 중소기업 대량 부도를 막는데 정부가 비상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경제의 저변인 중소기업이 활력을 잃는 상황에서 경제회복을 기대할 수 없다. 불안정한 금융환경 때문에 성장성있는 중소기업들이 대거 도산한다면 경제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 정부나 은행이 눈앞에 보이는 연쇄부도 등을 우려해 대기업 부도를 막는 데만 주력하는 것은 단견(短見)이다. 첨단기술을 개발해 경쟁력을 갖추고 세계시장을 개척하는 데 중소기업의 역할을 과소평가해선 안된다. 유망기업이 일시적인 자금애로로 문을 닫게 되는 상황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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