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수한 김윤환씨의 경우

  • 입력 1997년 4월 15일 20시 00분


내로라하는 거물 정치인들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돼 조사받는 모습은 우리 정치의 어두운 단면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다른 사람도 아닌 입법부 수장(首長)과 집권여당의 전대표까지 비리의혹에 휘말려 조사받거나 받게 된 현실은 참으로 개탄스럽다. 한보돈 구설수에 오른 그 자체만으로도 당사자들은 이미 엄청난 정치적 상처를 입었다. 철저히 진위(眞僞)를 가려내 돈을 받았으면 법적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지워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누명을 벗겨 명예를 회복시켜야 한다. 金守漢(김수한)국회의장은 『한보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鄭泰守(정태수)리스트에 오른 것은 틀림없다. 김의장은 검찰소환 방침에 「입법부 권위에 대한 정면도전」이라며 크게반발하고 있으나 국회의장이라고 성역일 수는 없다. 법앞에 만인이 평등한 이상 국회의장도 혐의가 있으면 법대로 조사받는 것은 당연하다. 돈을 받지 않았으면 더욱 떳떳하게, 받았다면 국민에게 사죄하는 심정에서라도 조속히 조사에 응해야 옳다. 다만 입법부 수장으로서 그에 합당한 예우와 절차는 있어야 한다. 국회의장실 방문조사도 한 방법일 것이다. 장소가 어디든 조사는 철저하고 공정해야 한다. 신한국당 金潤煥(김윤환)의원의 경우는 재조사가 불가피하다. 김의원이 누군가. 집권당 전대표로 차기 대선의 후보군(群)중 한명이자 킹메이커로 알려진 중진이다. 검찰이 그런 정치인을 부를땐 치밀한 사전준비를 했어야 옳았다. 그런데도 돈심부름을 했다는 朴承圭(박승규)한보문화재단 이사장을 함께 불러 대질신문을 하지 못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김의원은 과거에도 여러번 비리연루 의혹을 받았으나 매번 확인되지 않은채 넘어갔다. 이번에도 검찰출두에 앞서 박씨와 통화했다는 보도도 있다. 결국 첫 소환에서 금품수수 여부를 분명하게 확인하지 못한 채 귀가시켜 면죄부를 주기 위한 모양갖추기 아니냐는 오해를 받게도 되었다. 이러니까 음모설도 나오는게 아닌가. 박씨는 지난 13일부터 잠적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뒤늦게 박씨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지만 빨리 그의 소재부터 찾아내야 한다. 그런 다음 김의원을 재소환, 대질신문을 통해 돈을 받았는지 여부를 확실하게 밝혀내야 할 것이다. 박씨는 지난해 4.11총선직전 정태수씨로부터 5천만원을 받아 2천만원은 자신이 가로채고 3천만원을 김의원에게 현금으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김의원측은 한푼도 받은 사실이 없으며 박씨가 전액을 가로챘을지도 모를 일이라고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김의원이 스스로의 주장대로 정말 돈받은 사실이 없다고 한다면 박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할 수도 있는 문제다. 김수한의장이든 김윤환의원이든 또다른 여야 중진 정치인이든 한보돈 연루여부는 정치적 생명이 걸린 문제다. 검찰은 면죄부를 주기 위한 봐주기수사를 해서도 안되지만 생사람을 잡는 일이 있어서도 안된다. 검찰의 명예를 걸고 오로지 실체적 진실을 있는 그대로 밝혀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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