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법정의 아내…남편의 빈자리

  • 입력 1997년 4월 8일 20시 08분


『만연된 뇌물관행이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만큼 자신의 이권을 위해 뇌물과 로비로 공무원의 직무수행을 농간하는 행위는 엄히 처벌해야 마땅합니다』 8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법원 421호 법정. 안경사협회 금품로비사건으로 기소된 전안경사협회장 金泰玉(김태옥)피고인과 李聖浩(이성호)전보건복지부장관의 부인 朴聖愛(박성애)피고인의 항소심 선고공판이 열렸다. 청문회까지 열리고 있는 한보특혜대출비리사건을 의식한 듯 재판장인 具忠書(구충서)부장판사는 판결이유를 설명하면서 뇌물을 준 김피고인을 호되게 꾸짖었다. 『김피고인의 범죄는 국민의 고위공무원에 대한 불신과 비난, 나아가 조소(嘲笑)를 불러왔고 국민의 존경을 받아야 할 공무원들에 대해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혔습니다』 구판사의 질책은 뇌물을 받은 박피고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피고인은 한 나라 장관의 처로서 국민의 모범이 되어야 함에도 남편의 직무와 관련있는 이익단체로부터 1억7천만원이라는 큰 돈을 거리낌 없이 받아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만큼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합니다』 베이지색 수의차림의 박피고인은 재판장의 호된 질책에 얼굴을 들지 못한 채 맞잡은 두손을 내려다보기만 했다. 구부장판사는 이날 두 피고인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보석상태였던 김피고인을 이례적으로 법정구속했다. 정장차림으로 법정에 나왔던 김피고인은 법정구속이란 뜻밖의 결정에 당황한 듯 출구를 찾아 잠시 헤매다 결국 법정경위의 안내로 구치감으로 향했다. 이날 자신의 정치활동 뒷바라지를 위해 애쓰다 대신 감옥살이까지 하게 된 박피고인의 남편인 이전장관의 모습은 법정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김재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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