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韓美 동반자관계의 재점검

  • 입력 1997년 3월 29일 20시 15분


앨 고어 미국 부통령이 1박2일의 방한(訪韓)일정을 마치고 어제 출국했다. 이에 앞서 뉴트 깅리치 하원의장, 테드 스티븐스 상원 세출위원장도 각각 우리나라를 다녀갔다. 고어 부통령은 짧은 기간중 金泳三(김영삼)대통령, 高建(고건)총리 및 金壽煥(김수환)추기경 등 국내 저명인사들과 만났고 스티븐스위원장은 그저께 곧바로 평양을 방문해 눈길을 끌었다. 우연이라지만 한주일 동안 미국의 거물급 정치인들이 잇따라 방한한 배경과 핵심 메시지가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이들은 鄧小平(등소평) 사후 재편되고 있는 중국의 정세, 金正日(김정일)의 주석직 승계 및 4자회담과 대북(對北) 쌀지원 등을 비롯한 한반도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공조체제를 재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양국 지도자들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韓美(한미) 연합방위태세를 강화해 나가기로 다짐한 것은 시기로 보아 적절한 것이다. 안보 동반자, 혈맹으로서의 한미관계의 특수성은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 한미 양국은 최근 현안인 4자회담이나 대북 쌀지원 문제도 이 점에 비중을 두고 일관되게 밀고 나가야 한다. 북한이 조건없이 4자회담에 참석해 쌀지원문제 등을 논의하자는 양국의 당초 입장은 끝까지 지켜야 한다. 식량지원을 조건으로 회담에 참석하겠다는 북한의 요구는 온당치 않다. 이와 관련, 정부의 거듭된 부인에도 불구하고 한미 양국간에 이견이 있다면 불행한 일이다. 미국이 초강대국으로 부상하는 중국에 외교의 초점을 맞춘 나머지 남북문제에 소홀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남아서도 안된다. 한미 관계에서 또 하나 우려되는 것은 통상문제다. 미국 지도자들은 이번 방한에서 한국의 시장개방 확대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경없는 경쟁체제에서 자국의 이익을 앞세우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그러나 한미관계의 특수성을 간과하고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옳지 않다. 미국이 너무 경제적 실리에 집착함으로써 한반도 안보나 전통적 동맹관계를 훼손하지 않기를 바란다. 한국의 경제안정은 한반도 안보와 직결된다. 한국은 지난 한해 1백16억달러에 이르는 대미(對美)적자를 기록했다. 미국은 한국이 세계무역기구(WTO) 등 다자간 협상체제에 따라 단계적으로 시장을 개방하고 있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남북이 모두 어려운 상황에 처한 이때 고어 부통령 등 미국 정치지도자들이 한국을 방문해 동반자 관계를 재확인한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이들은 한국의 정치 경제적 현실과 남북대치 상황을 현장에서 직접 보았을 것이다. 이들의 방한을 계기로 클린턴대통령 2기 행정부와 의회에서 한미 두 나라가 공동 번영할 수 있는 한반도 정책이 가다듬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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