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주부들]「한살림」도봉강북지부 민요풍물반

  • 입력 1997년 3월 25일 07시 52분


[윤경은 기자] 「한살림」의 서울 도봉 강북지부 민요풍물반 주부들은 그 누구보다도 「우리것」을 사랑한다고 자부한다. 한살림은 10년이 넘게 유기농산물 직거래운동과 생활공동체운동을 펼쳐온 단체. 먹을거리를 통한 신토불이만 외칠 게 아니라 우리 가락을 직접 배워 그 흥겨움을 함께 느껴보자는 뜻에서 도봉 강북지부 주부회원들은 재작년 봄 민요풍물반을 만들었다. 한살림에서는 이 지부가 유일하게 민요풍물반 활동을 해와 「한살림 민요풍물반」으로 알려질 정도. 한살림 소식지를 통해 모인 주부들은 꼬박 2년째 1주일에 두번씩 쌍문동 청구아파트 관리사무소 지하연습실에 모여 민요를 배운다. 장구도 배워 이젠 민요를 부르며 장단을 넣을 정도로 모든 회원들이 장구에도 수준급이다. 처음엔 안 나오는 소리들을 억지로 지르며 힘들게 발성연습을 했다. 선생님은 구성지게 「노랫가락」을 불러젖히는데 귀에 익숙한 서양음악의 음정이 아니라서 영 따라 부르기 어려웠다. 태평가 매화타령 박연폭포 등이 빽빽히 적혀있는 민요집에 ∨ ∼ ↗ 등 자기만의 기호들을 열심히 그려넣으며 연습을 했다. 『테이프에 녹음을 하여 설거지할 때나 차타고 갈 때나 계속 들으며 연습했지요. 민요는 가요보다 배우긴 어렵지만 훨씬 매력이 있어요』 민요풍물반의 대표격인 우성숙씨(35·서울 도봉구 방학동)의 말. 지금은 우씨를 비롯해 정선미(36) 윤희영(41) 유명자(38) 박창주씨(49) 등 주부 13명이 모임에 나온다. 이들은 『목청껏 민요를 부르고 나면 속에 차곡차곡 쌓여있던 스트레스가 확 풀리고 즐거워진다』고 입을 모은다. 어디든 가서 신나게 흥을 돋울 수 있다는 점도 좋다. 민요를 시작한 지 3개월만에 한살림 단오잔치에서 첫 선을 보인 이후로는 한살림 행사마다 불려다니며 박수를 받는다. 작년에는 MBC TV에 출연하기도 했는데 첫 소리를 내지르자마자 떨리던 마음이 싹 사그라져 신나게 공연을 마쳤다. 양로원이나 사회복지관을 찾아 위문공연을 한 것도 여러 차례. 홍경숙씨(47·서울 노원구 창동)는 『자식없이 혼자 사는 무의탁노인들에게 생일 때 찾아가 민요 몇 가락을 들려주면 그렇게 좋아할 수 없다』며 『다른 취미활동도 많이 해봤지만 민요와 풍물은 자신도 즐겁고 남도 기쁘게 할 수 있어 가장 보람이 크다』고 말한다. 처음엔 시끄럽다고만 하던 남편이나 자녀들도 어느새 민요를 웅얼웅얼 따라 부를 정도. 작년 가을부터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에게도 장구를 가르친다. 앞으로는 꽹과리와 탈춤도 배우고 위문공연도 더 늘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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