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화제]호텔 웨이터 24년 조이환씨

  • 입력 1997년 3월 12일 08시 04분


[신복예기자] 전화통화만으로도 한국의 VIP 3천명은 모이게 할 수 있다는 호텔맨 조이환씨(44·서울힐튼호텔 오크룸 지배인). 73년 워커힐 한식당 명월관에서 시작한 웨이터 생활이 올해로 24년째다. 그동안 여러 일류 호텔의 레스토랑 커피숍 바 등을 거치면서 다져온 고객 인맥이 국내 웨이터로는 최고수준에 이르렀다.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정계 재계 언론계에서 누구하면 알 만한 분들은 모두 저의 고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보사태로 고개를 숙인 분들에게 남들은 손가락질을 했지만 저는 그럴 수 없었습니다.모두 저의 고객이니까요』 그의 고객 명단에는 고객이 좋아하는 음식과 술에서부터 가족사항 경력에 이르기까지 별별 메모가 다 돼 있다. 「고객의 희로애락은 나의 희로애락」이라는 신념으로 고객의 경조사를 챙기고 가족의 회갑이나 돌잔치, 해외 호텔예약에 이르기까지 최선을 다해 돕는다. 그의 서비스에 반해 이동원전외무장관 가족 등 30여명은 대를 이어 그의 고객이 됐다. 그는 호텔생활을 시작한 이래 단 하루도 보타이를 매지 않은 날이 없다. 고객에게 문상을 가거나 부인과 시장에 갈 때도 보타이를 맨다. 웨이터로서의 직업정신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햇병아리 웨이터이던 73년에 대형사고를 낸 적이 있습니다. 정일권 당시 국회의장이 각국 국회의장들을 초청한 만찬이었지요. 마개를 딴 맥주 여섯병을 쟁반에 올려 갖고가 시중들다가 정의장 머리 위에 몽땅 쏟은 겁니다. 그 일이 저의 평생교훈이 됐지요』 87년에는 전두환전대통령 주최 연회에서 웨이터 최고의 영광인 대통령테이블 서비스를 맡았다. 90년대 들어서는 대우그룹 중앙연수원과 예지원 등 각종 단체의 초청을 받아 식사매너와 호텔문화에 대한 강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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