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등소평의 『화장』유언

  • 입력 1997년 2월 21일 19시 56분


▼鄧小平(등소평)은 남달리 반골기질이 강했다. 그는 毛澤東(모택동)이 전권을 휘두르던 시절, 모를 겨냥해 오줌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늙은이가 변소를 독점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거침없는 등의 대표적인 어록이 「흰 고양이거나 검은 고양이거나 쥐만 잡을 수 있다면 좋은 고양이」라는 백묘흑묘론(白猫黑猫論)임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이 백묘흑묘론의 원전(原典)은 황묘흑묘론(黃猫黑猫論)이다. 등소평은 62년7월 식량난해결을 위해 모인 공산주의청년단 3기7중전회에서 연설하면서 항일전(抗日戰)기간중 팔로군 129사단에서 함께 싸운 劉伯承(유백승)사령이 전쟁에 비유해 말했던 「누렁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를 잡으면 좋은 고양이」란 사천성(四川省)속담을 인용했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그 뒤에 누렁 고양이가 흰 고양이로 전해지게 된 것이다 ▼등소평의 현실주의적인 면모는 그의 유언에도 잘 나타나 있다. 대부분의 중국 지도자들이 죽으면 화장돼 유골이 북경(北京)교외 팔보산(八寶山) 혁명공묘에 보존되는 것과는 달리 유골을 바다에 뿌려달라고 한 것이다. 그 유언이 받아들여지면 周恩來(주은래) 전총리와 문화혁명때 주자파(走資派)로 몰려 실각됐다가 80년에 등소평이 복권시킨 劉少奇(유소기)전국가주석에 이어 유골을 중국 산하(山河)에 뿌리는 세번째 중국 지도자가 된다 ▼등소평은 94년 춘절(구정) 상해(上海)에서 마지막 모습을 보인 후 공식석상에서 사라졌었다. 그러나 등소평의 공적 활동은 92년 중국 남부지방을 여행하며 남순강화(南巡講話)를 통해 개혁개방의 지속을 강조한 것이 사실상 끝이었다. 남순강화의 요지는 『자본주의가 봉건사회를 극복했듯이 결국에는 사회주의가 자본주의를 극복할 것』이라는 것이었다. 실용적 마르크스주의자의 마지막 말이었다. 중국은 경제적으로는 거의 자본주의체제다. 등소평의 말이 허공을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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