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전자계산기-컴퓨터, 좋은 것만은 아니다

  • 입력 1997년 2월 13일 20시 33분


▼계산할 때 쓰는 주판의 원조(元祖)는 3천∼4천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의 이라크를 중심으로 한 메소포타미아 지방에서 모래주판을 사용했다. 모래를 깐 판자를 여러 행(行)으로 나누어 그 위에 줄을 긋거나 기호를 써서 계산했다고 한다. 약 2천5백년전 이집트와 그리스 로마에서는 선(線)주판을 사용했다. 판자 위에 여러 개의 줄을 긋고 그 위에 돌을 놓아 계산했다 ▼그후 아라비아 숫자가 보급되면서 필산(筆算)으로 바뀌어 유럽에서 선주판은 17세기말경 사라졌다. 주판은 유럽에서 중국으로 전래됐다는 주장이 있으나 명확한 증거는 없다. 주판에 관한 중국의 가장 오래된 문헌은 漢(한)나라 徐岳(서악)이 쓴 수술기유(數術記遺)다. 이 책은 당시 중국의 주판이 기원전 3세기부터 기원후 4세기까지 로마에서 사용된 주판과 비슷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사용해온 주판은 주로 윗알 1개 아래알 4개짜리이고 아래알이 5개인 것도 있다. 예전에는 윗알 2개 아래알 5개인 중국식 주판이 사용되기도 했다. 이렇게 수천년의 역사를 가진 주판이 우리나라에서 사라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주판은 가장 많이 사용했던 은행에서조차 오래전 전자계산기에 밀려났고 남대문시장 등 재래시장 상인들도 거의 주판을 놓아버렸다. 이제 만드는 곳마저 거의 사라져 문구점에서 주판을 구입하기도 쉽지 않다 ▼왕년엔 주산(珠算)만 잘 하면 은행취직은 떼어 논 당상이었다. 상업고교의 수준은 주산 유단자 학생이 몇명이나 되는지로 평가됐다. 그러나 주판이 전자계산기와 컴퓨터에 밀려 시들해지자 상고도 빛을 잃고 있다. 70년대만 하더라도 「전국민 주산3급이상 따기운동」이 벌어지고 80년대엔 어린이 두뇌개발에 좋다고 해서 주산학원이 인기였다. 계산의 과정은 제쳐두고 결과만 재빨리 알려주는 전자계산기 컴퓨터를 무조건 좋아만 할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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