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철강 도산(倒産)사태의 가장 큰 과제는 거액의 특혜대출 의혹을 철저히 파헤치는 것과 함께 채권금융기관들의 조속한 채권확보로 은행손실을 줄이는 것이다. 한보사태는 부도발생 그 자체뿐 아니라 수습과정에서도 국민들의 직 간접적인 부담위에서 이루어지는만큼 담보가 부족한 대출금의 채권확보는 시급하다.
한보사태로 인해 예상되는 관련은행 피해액만도 최소한 1조2천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 가운데는 담보부족에도 불구하고 신용으로 빌려준 8천억원이 포함되어 있다. 이에 대한 채권확보가 되지 않으면 그 돈은 부실채권(不實債權)이 되어 그대로 은행이 떼이게 된다. 은행권의 피해는 은행의 손실에 그치지 않고 국민에게 전가된다. 채권확보를 서둘러야 하는 것은 관련금융기관의 부실을 막고 국민경제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주거래 제일은행을 비롯한 관련은행들이 채권확보를 위해 鄭泰守(정태수)한보그룹총회장 일가의 주식과 부동산 동산 등 개인자산의 실태파악에 나선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명의가 확실한 재산의 보전처리만으로는 안된다. 친인척이나 제삼자 또는 한보그룹 대주주의 이름으로 숨겨놓았을지도 모르는 재산에 대한 추적을 철저히 해야 한다. 해외로 빼돌린 자금이 없는지도 조사해야 한다.
한보그룹의 창업 성장 도산의 전과정은 정상적인 기업경영과는 거리가 멀다. 수서사건과 6공비자금사건은 한보가 어떤 기업인가하는 속성을 보여주었고 한보의 기업비자금 운영실상을 그대로 드러냈다. 기업비자금은 정관계(政官界)로비자금이나 정치자금으로만 흘러가는 것은 아니다. 재벌총수 개인의 치부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은닉재산을 찾아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비자금의 조성방법도 납품가격 조작, 가공지출, 매출누락, 해외법인에 대한 이전(移轉)가격조작 등에서부터 증자(增資)나 합병, 부동산 투기, 정부지원자금 및 은행대출금의 유용 등 갖가지다. 그러나 자금의 흐름을 면밀히 추적하면 적발이 전혀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채권은행은 물론 은행감독원 국세청 검찰이 함께 있을지도 모를 은닉재산추적에 나서야 한다. 작년말부터 끊임없이 한보부도설이 나돌았고 그 과정에서 재산의 은닉이나 위장분산이 가능했다.
한보그룹은 30대 기업집단 가운데서도 재벌총수와 특수관계인의 계열사 지분율이 다른 기업집단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친족(親族)소유비중이 높은 주식구조를 가지고 있다. 당초보다 2배이상 늘어난 시설자금이 과연 제대로 쓰였는지, 그렇지 않고 다른 계열사의 운전자금으로 지원됐거나 다른 곳으로 흘러갔는지 여부도 조사해야 한다. 기업은 망해도 기업인은 산다는 한국적 경영풍토가 더이상 용납되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