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보 특혜의혹 밝혀라

동아일보 입력 1997-01-24 20:14수정 2009-09-27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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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철강이 5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융부채를 안고 쓰러졌다. 지난 91년 수서(水西)사건, 95년 비자금사건 등의 위기를 용케 넘겼던 한보그룹이 무리한 기업확장에 따른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도산한 것이다. 한보철강의 도산이 한보그룹 21개 계열사의 연쇄부도와 수많은 협력 하청업체의 무더기 부도사태로 이어질 경우 정치 경제 사회적 파장은 엄청날 전망이다. 자산기준 14위, 여신기준 9위인 한보그룹의 부도는 한마디로 충격이다. 한보의 도산은 우선 관련 금융기관의 부실화를 초래하고 자금시장 경색과 실세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경제전반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로 인한 정치 사회적 갈등과 마찰 증폭은 사회불안을 가중시킬 것이 틀림없다. 이미 정치권에서는 한보의 특혜의혹이 최대의 정치쟁점으로 떠올랐다. 그러잖아도 경제가 어려운 판이다. 이제 어떻게 하면 한보의 충격을 극소화, 국민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최대한 줄이느냐가 당면 과제다. 관련 은행과 관계부처가 조속히 사태수습에 나서 합리적인 처리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금융시장 안정, 하도급 및 협력업체의 부도방지, 한보가 건설중인 아파트 입주자들의 보호대책, 한보계열사의 체불임금대책 등이 먼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이같은 수습대책과는 별도로 한보에 대한 거액의 금융특혜지원과 관련한 의혹은 차제에 철저히 밝혀야 한다. 한보에 빌려준 천문학적 대출금은 바로 국민의 저축과 세금으로 조달된 국민의 돈이기 때문이다. 수사에 나선 검찰이 밝혀내야 할 「한보특혜의혹」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6조원짜리 대형제철소 건설이 정부의 사업성 심의나 검토도 없이 허가된 것에서부터 상식을 벗어난 은행권의 거액대출이 어떻게 결정됐으며 수차례의 부도위기때마다 거액의 구제금융이 지원된 경위와 배경 그리고 채권은행단이 부도사실을 며칠씩이나 숨긴 이유 등 부도과정의 진상 등이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 은행들이 수조원의 돈을 빌려주면서 대출의 기본인 담보확보를 소홀히 해 담보부족액이 장부가격으로 7천억원을 넘고 있는 것이나 여신한도를 어기면서까지 대출을 하고 시설자금이 운전자금으로 둔갑해도 이를 묵인한 것 등은 상식과 금융관행으로는 도무지 납득이 안가는 대목들이다. 한보는 5공과 6공때 계속 특혜 말썽을 일으킨 기업이다. 재무구조 또한 허약하기 짝이 없다. 그같은 기업에 은행들이 5조원의 돈을 겁없이 대출했다면 사정은 뻔할 것이다. 항간에 나도는 한보의 정치배경이 과연 존재하는지 밝혀야 하고 은행관계자의 책임 또한 엄중히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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