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금융대개편]「官治」 못벗으면 미래 없다

  • 입력 1997년 1월 11일 19시 55분


「許文明 기자」 금융개혁위원회의 위원장은 누가 되고 위원은 어떤 사람들로 채워질까. 위원구성은 물론 1차회의도 열리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갖가지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는 이번 위원회가 단순히 금리 1,2%를 내리기 위한 「가설무대」가 아니라 근본적인 개혁의 산실이 되어야 한다는 기대의 반증이다. 제도개혁 없는 금융혁신을 상상할 수 없는 것처럼 이번 「한국판 빅뱅」에선 금융산업의 틀과 관행, 관치금융을 해체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주인있는 은행 만들어야 한다〓방만한 은행경영의 1차원인은 주인이 없는 데 있다. 어떤 형태로든 주인을 찾아주지 않고선 진정한 은행 개혁은 있을 수 없다. 슈로더 증권 서울지점 林俊煥(임준환)조사부장은 『진입장벽이 있는 한 경쟁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으며 마케팅 역시 수익창출보다 안전위주로 흐르게 마련』이라며 『재벌의 경제력 집중문제나 계열사에 대한 불공정 대출 등 우려되는 문제들은 진입규제로 풀 게 아니라 공정거래법에서 따로 다뤄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한국조세연구원 崔長鳳(최장봉)선임연구원은 『국내와 외국 금융기관간에 경쟁여건이 완전히 동일해지는 상황에서 규제개혁과 함께 은행 소유문제도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능력있는 은행장을 뽑는 것도 급선무다. 어떻게 보면 은행에 주인을 찾아주는 문제보다 은행장을 잘 뽑는게 더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경쟁이 심하지 않을 때는 주인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경쟁력을 판가름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다르다』면서 『우리처럼 사주 입김이 센 나라에서는 오히려 능력없는 사주의 전횡으로 인한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외국계 은행의 한 서울지점장은 『미국은 은행장의 임기가 만료되면 대주주와 소액주주들이 은행장 선출을 위한 대표단을 구성, 행장의 능력을 평가해 외부영입이나 내부승진을 결정한다』고 소개했다. ▼규제개혁을 해야 한다〓무조건 규제를 없애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막을 것은 강하게 막고 풀 것은 과감히 푸는 규제개혁을 해야 한다. 이를테면 부실대출 기준과 대손충당금 비율 등 강하게 규제해야 할 대상은 기준이 모호하고 자료공개도 투명하지 않으면서 진입규제라든지 정작 풀어야 할 사안들은 붙들고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간섭을 줄여야 한다〓이번 금융개혁이 알려지자 마자 금융규제의 산실인 재경원부터 개혁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재경원이 대출과 금리, 심지어 인사까지 관여하는 관치금융이 지속되는 한 금융기관의 진정한 자립을 기대하긴 어렵다. 이제는 말만으론 안된다. 재정경제원이 기득권을 과감히 포기하지 않으면 금융후진의 책임을 언젠가 다 뒤집어 쓸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관치금융의 타파없이 우리 금융의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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