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2년밖에 못견딘 당산철교

  • 입력 1996년 12월 11일 20시 17분


순환선인 서울지하철 2호선이 지나는 당산철교가 마침내 헐리게 됐다. 그동안의 안전진단 결과 설계 시공상의 결정적인 결함으로 더 이상 다리구실을 할 수 없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당산철교는 오는 31일 철거에 들어가 3년 후인 99년 12월까지 재시공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보수 보강을 하면 한동안 쓸 수 있는 다리를 전면 철거하고 재시공하는 것은 엄청난 낭비가 아니냐고 반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성수대교 붕괴와 같은 대형사고의 위험을 안고 있는 다리를 땜질식 보강공사로 버티면서 언제까지고 철거를 미룰 수는 없다. 당산철교는 하루 30만명의 시민이 지하철을 타고 건넌다. 비용보다는 시민의 안전이 우선이다. 건설한 지 12년밖에 안된 강구조물(鋼構造物)을 전면 철거하고 새 다리를 놓아야 하는 현실은 참담하기 짝이 없다. 설계 시공 감리를 어떻게 했기에 고작 12년된 다리를 헐어내야 하는가. 철거와 재시공에 앞서 부실의 원인을 정확히 가려내야 한다. 다시는 이같은 다리를 놓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서울시는 철거 및 재시공에 따르는 비용 7백59억원과 지하철 수입 감소액 등을 설계 및 시공사에 물리기로 하고 법원에 증거보전신청을 해놓고 있다. 책임 소재를 분명히 가려 배상을 받아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자담보책임기간 10년이 지났지만 설계 시공상의 결정적인 결함이 밝혀진 경우는 담보책임시한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법규 해석도 있는 만큼 책임소재규명과 함께 응분의 배상을 받아내 시민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 결정적인 부실공사로 인한 재시공비용까지 시민이 부담할 수는 없다. 당산철교 철거 및 재시공에 따른 또 다른 문제는 완벽시공과 교통대책이다. 새로 놓는 다리는 완벽한 설계 시공 감리로 안전하고 튼튼한 다리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시공업체의 입찰자격을 엄격히 하고 필요할 경우 선진외국 기술진의 참여도 검토해야 한다. 앞으로 일어날 교통혼란과 시민불편을 덜어줄 대책마련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당산철교의 철거에 맞추어 지하철 5호선과 서강대교가 개통되는 것은 다행이나 동시에 양화대교 구교의 통행제한이 겹쳐 인근 지역의 교통혼잡과 시민불편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지하철 2호선과 연계되는 5호선과 1호선 일부 구간의 운행간격 단축, 무료셔틀버스 운행, 버스노선 개편 등의 대책을 마련했지만 또 다른 보완책을 서둘러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새 교량건설 기간이 늘어져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공정에 차질을 빚게 되면 시민불편이 커지는데 그치지 않고 비용마저 늘어나 시민부담을 가중시킨다. 몇번이나 준공을 늦춘 2기 지하철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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