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구청장 유흥업소 비호발언파문…경찰 흐지부지

  • 입력 1996년 12월 11일 08시 10분


「대구〓鄭榕均기자」 대구 남구청 李在庸(이재용)구청장의 李正勳(이정훈)남구의회의장 유흥업소 비호발언 공개 파문은 유야무야로 마무리될 전망이다. 이구청장은 지난 7일 『남구의회 의장이 지난달 27일 밤10시반경 나를 모 노래방으로 불러낸 뒤 지역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무차별적인 단속은 피해달라는 부탁을 했다』고 밝혔다. 이구청장은 『당시 술자리에는 이의장외에 전 국회의원 K씨 및 구의원 5명과 폭력배로 보이는 권모씨(25)도 있었다』고 말해 「심야회동」의 배경을 둘러싸고 갖가지 추측이 나돌았다. 대구 남부경찰서는 이에 따라 이구청장 발언의 진위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9일 오후 이구청장과 이의장의 대질신문을 벌였다. 이날 신문에서 이의장은 『노래방에서 업소단속 중단을 요구하는 이야기는 한 적이 없다』며 이구청장의 진술을 완강히 부인했다. 당시 노래방에 함께 있었던 구의원들도 경찰조사에서 『노래소리가 시끄러워 이의장으로부터 업소단속과 관련된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며 이의장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권씨도 『유흥업소 단속과 관련, 어떠한 이야기도 구청장에게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이구청장은 이의장과 반대되는 종래의 진술을 되풀이한데 이어 『이의장이 「봉덕동 오야분」이라며 권씨를 나에게 인사시킨 점이 몹시 불쾌했다』고 밝혀 술자리가 심리적 압박감을 주는 분위기였음을 시사했다. 이처럼 서로 진술이 엇갈리자 거짓말탐지기를 사용해서라도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를 가려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으나 경찰은 10일 이구청장의 발언내용에 대한 진위여부를 가릴 수 없다는 이유로 수사를 사실상 종결했다. 경찰은 유흥업소와의 전쟁을 선포할 정도의 소신있는 행정을 펴온 민선구청장이 구의회의장을 상대로 과연 근거없는 말을 했을까라는 시민들의 의문을 풀어주지 못한 셈이다. 시민들은 구의회의장이 심야에 폭력배와 함께 하는 술자리를 마련, 구청장을 불러낸 진짜 이유와 이날 자리를 같이한 것으로 확인된 전 국회의원이 경찰의 참고인 조사에서 제외된 까닭에 대해서도 궁금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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