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거식-폭식증]『살빼야』강박관념 정신질환 부른다

  • 입력 1996년 12월 6일 19시 57분


「羅成燁기자」 김모씨(25·여)는 고등학교때 담임선생님의 농담 한 마디를 평생 잊을 수 없다. 『넌 성적도 괜찮고 다 좋은데 좀 두툼하다』 「공부만 잘 하면 됐지 몸매가 무슨 상관이냐」는 생각에 선생님 말씀을 흘려 들었지만 대학에 와서는 모든 게 달라졌다. 똑똑하면서도 날씬한 여학생은 얼마든지 있었다. 불안에 빠지게 된 그녀는 식사량을 차츰 줄여 나갔다. 그래도 몸무게가 줄지 않자 먹은 음식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대학을 졸업할 때쯤 김씨는 「바람불면 날아갈 것 같은」몸매가 됐지만 한 번이라도 음식을 토하지 않으면 금방 다시 살이 찔 것 같아 여전히 습관적으로 식사후에는 화장실로 달려간다. 어차피 식욕도 잊은지 오래다. 자신이 「거식증」환자라는 사실을 안 것은 최근의 일이다. 거식증이란 김씨처럼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 음식을 지나치게 적게 먹거나 그나마 먹은 음식을 식사 후 바로 토해내 뇌의 식욕중추에 이상이 생겨 아예 식욕을 느끼지 못하는 병. 이에 반해 다이어트 때문에 참았던 식욕을 채우기 위해 음식을 맘껏 먹고는 살을 빼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습관적으로 음식을 토해내는 것이 폭식증이다. 날씬해지고 싶은 여성들이 극단적인 체중조절을 통해 「자기만족감」을 얻으려는 일종의 정신질환이다. 이런 여성 가운데 상당수는 심한 열등감이나 우울증으로 고생하고 있지만 정신과는 잘 찾지 않는다. 소화불량 변비 등 합병증 때문에 내과를 찾는 정도. 「정신과는 미친 사람이 가는 곳」이라는 잘못된 인식 때문이다. 이에 반해 컴퓨터 통신에 개설된 거식증과 폭식증 관련 게시판은 연일 만원을 이루고 있다. 식이장애 전문클리닉 「마음과 마음」(원장 김준기 정혜신·02―202―9970)이 최근 하이텔에 개설, 이 질병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게시판 「식이장애클리닉」(Go Eating)에는 평균 조회건수가 4백여회에 달하고 있다. 최근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한 삼성서울병원도 거식증과 폭식증 관련 게시물을 따로 마련해 놓고 있다. 김준기원장(정신과전문의)은 『병원을 찾기 꺼리는 여성들이 스스로 자신의 병을 인식하도록 하기 위해 게시판을 만들었지만 직접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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