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일가 17명 탈출]『극한상황』대탈출 서곡인가…

  • 입력 1996년 12월 5일 20시 12분


북한주민들의 북한탈출이 심상치 않다. 귀순한 탈북자는 94년이후 급격히 늘었다. 91년 9명, 92년 8명, 93년 7명에 불과했던 탈북귀순자가 金日成(김일성)이 사망한 94년에는 47명, 95년에는 26명으로 늘었고 올해는 10월말 현재까지만도 43명이었다. 게다가 북한을 탈출, 중국 러시아 등 제삼국을 떠도는 사람도 1천5백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런 때에 김경호씨 일가족 등 17명이 동반탈출했다. 이 사건은 북한주민들의 대량탈북사태를 예고하는 신호탄이라고 보는 사람이 많다. 올 겨울 얼어붙은 압록강과 두만강을 통해 북한주민들이 대거 탈출을 시도, 그동안 가능성으로만 거론돼온 탈북사태가 현실화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다. 이에 대해 정부당국자들은 『아직은 그렇다고 보기 어렵다』고 부인하면서도 이번 동반탈출사건이 갖는 몇가지 놀라운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우선 17명이라는 대규모 인원의 탈출이 가능할 정도로 북한의 주민통제가 이완됐다는 점이다. 특히 탈북자를 감시해야할 사회안전부(경찰) 안전원마저 동조했다는 점이다. 북한은 최근 탈북자가 급격히 증가하자 국경경비를 강화하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해왔다. 국경선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국경경비총국을 인민무력부산하로 옮겼고 탈북자를 전담하는 「10군단」을 별도로 창설, 배치했다. 중국내 조선족교포인 「조교(朝僑)」를 통한 탈북자검거와 체포된 탈북자 또는 탈북기도자에 대한 처벌을 크게 강화했다. 그러나 이것들도 체제위기와 생활불안정에 따른 주민동요를 막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이번 사건은 입증했다. 북한주민들의 목숨을 건 탈북행렬이 계속되는 것은 주로 식량문제 때문이다. 김씨의 아들도 홍콩당국의 조사에서 그렇게 말했다. 최근의 탈북자들은 피폐해진 생활여건으로 주민들 사이에 「탈북욕구」가 번져나가고 있다고 증언한다. 여기에 金正日(김정일)체제의 주민통제 이완이 겹친 것이다. 그러나 대량난민사태에 대한 정부의 대비책은 이제 준비단계다. 정부는 그동안 귀순북한동포보호법에 따른 포상금과 보조금지급 등 물적보상에만 중점을 둬왔다. 그러다가 올가을 보호시설건립과 사회적응교육을 가능케 하는 북한탈출주민정착지원법안을 국회에 상정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내년에 1백명정도를 수용하는 보호시설을 건립하고 그 뒤 2년동안 5백명수용정도로 규모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와 별도로 민간단체인 대한적십자사는 탈북자가 대량발생할 경우 한강이북의 초중학교시설 2백70곳을 임시수용시설로 사용할 계획을 세워놓았다. 〈文 哲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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