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234)

  • 입력 1996년 12월 5일 20시 12분


제6화 항간의 이야기들〈24〉 오른손이 없는 젊은이는 자신의 신세 이야기를 계속했습니다. 『내가 그녀를 칭찬하자 그녀는 말했습니다. 「당신은 저에 대한 사랑 때문에 한쪽 손까지 잃었어요. 그것에 상당한 것을 제가 어떻게 당신께 드릴 수 있겠어요. 알라께 맹세코, 비록 당신에 대한 사랑을 위해 이 목숨을 바친다 해도 그것은 사소한 일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이렇게 말하고 그녀는 그녀가 가진 엄청난 재산 증서들을 나에게 넘겨주었습니다. 그날밤 그녀는 잠자리에도 들지 않고 그저 나를 위하여 비탄에 젖어 있었습니다. 나도 내가 겪은 모든 일들을 털어놓고 함께 밤을 지새웠습니다. 그러나 나의 그 착한 아내는 그로부터 채 한 달도 못되어 병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그것도 내가 한쪽 손을 잃어버린 것을 너무나 애석해한 때문이었습니다. 나는 그녀를 구하기 위하여 온갖 애를 썼지만 모든 것이 허사였습니다. 병석에 누운 지 오십 일만에 아내는 마침내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나는 아내의 시체를 대지의 품에 묻고, 그녀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하여 코란을 읽게 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하여 많은 돈을 희사하였습니다. 그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조사해 보니 아내에게는 현금은 물론이고 노예 저택 농토 영지 등 굉장히 많은 재산이 있었습니다. 창고 속에는 당신에게도 좀 팔았습니다만, 참깨가 곳간에 가득 쌓여 있었습니다』 여기까지 말하고 난 그 아름다운 젊은이는 그 착하고 알뜰한 아내를 생각하며 긴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잠시 후 그는 계속해서 말했습니다. 『나는 말이오, 나머지 물건을 다 팔아치우기까진 당신한테서 받을 돈을 셈할 틈도 없거니와 그럴 마음도 나지 않습니다. 나는 아직 수금도 다 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니까요. 그러니 내 말을 거스르지 마시오. 나는 당신에게 식사대접을 받았으니까 당신한테 맡겨둔 그 참깨 값은 사례로 드리고 싶습니다. 그건 어쨌든 내가 왼손으로 식사를 하는 까닭은 지금까지 이야기한 바와 같습니다』 그제서야 저는 말했습니다. 『정말이지 당신은 보기 드물 만큼 인정이 많고 배짱이 크신 분이군요. 당신에게 입은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할지 저로서는 알 수가 없군요』 그러자 그 아름다운 젊은이는 말했습니다. 『정히 나한테 은혜를 갚고 싶다면 좋은 수가 있소』 그가 이렇게 말하자 저는 기쁜 마음으로 물었습니다. 『그것이 무엇입니까?』 『그건 말이오, 나는 카이로와 알렉산드리아의 물건을 가지고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인데 당신도 함께 가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오. 그 많은 물건을 가지고 먼 길을 가자면 믿을 만한 길동무가 필요하니까요』 저는 흔쾌히 대답했습니다. 『그렇게 하다마다요. 당신께 도움이 된다면 무슨 일인들 못하겠습니까』 <글:하 일 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