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판촉전화 공세,이래도 되나

  • 입력 1996년 11월 25일 20시 22분


뉴욕의 고급호텔 헴슬리 팰리스의 마케팅 실패사례는 이렇다. 세계 최고급 건물에서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을 내세우려고 인도의 타지마할과 자기 호텔을 비유하는 광고를 냈다. 황금빛의 화려하며 우아한 돔, 방문객이 줄줄이 이어지는 타지마할의 전경(全景)사진을 싣고 「우리는 가장 멋진 곳에서 가장 멋진 손님인 여러분을 왕족(王族)처럼 모십니다」는 문구를 넣었다 ▼하지만 광고가 나간후 손님들은 오히려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타지마할이 화려하며 멋지고 누구나 찾고 싶어하는 명소임엔 틀림없지만 그곳이 원래 왕비의 무덤이라는 걸 간과한 것이다. 멋있는 장소, 호사스런 서비스가 아무리 좋아도 묘지를 연상시키는 호텔에 누가 투숙하려 하겠는가. 마케팅 전문가들은 헴슬리 호텔의 예를 들어 단 한가지라도 고객에게 불쾌한 기분을 준다면 그런 판촉전략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최근 서울시내 고급호텔이나 백화점들이 직장인들에게 무차별 전화를 걸어 회원가입을 권유한다는 보도다. 판촉대상자의 신상정보까지 정확히 파악, 가입을 권유하는 바람에 불쾌감을 느낀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는 것이다. 감추고 싶은 사생활까지 다 아는 양 떠벌리며 특혜를 주듯 판촉활동을 한다니 그게 과연 먹혀드는지 궁금하다. 아무리 불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라지만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다 ▼남의 기분이야 어떻든 상품만 팔면 된다는 이런 전략은 단기적으로 효과를 볼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득(得)이 안된다. 특히 상대방을 마주하지 않는다고 전화로 온갖 얘기를 다 하는 것은 지극히 무례하다. 「전화 공해」란 얘기까지 들으며 무한경쟁에 나선 업계의 고충을 이해 못할 바 아니나 상대방이 바빠 쩔쩔매는 시간에 느닷없이 걸려오는 판촉전화는 오히려 역효과를 내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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