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화제]해체 현장 총반장 양승인씨

  • 입력 1996년 11월 19일 20시 47분


「權基太기자」 「최후의 일격」은 그의 일이다. 건물을 해체해 나가다 마지막 순간을 포착해내고 한방으로 무너뜨릴 수 있는 타점을 찾아내기 위한 현장 체험 35년째. 지난 13일 구 조선총독부 건물을 완전해체한 산천개발(대표 이정평)의 현장 총반장 梁承仁씨(58). 21세 때 상경해 단층가옥부터 굴뚝 고층빌딩까지 제 소임을 다한 건물들을 해체하는 일만을 고집스레 해왔다. 서울로 와 이촌동 달동네 상자곽 집에서 살다 이웃 아저씨를 따라 건물 해체를 처음 시작했다. 장비라고는 10㎏짜리 대형망치와 정, 그리고 몸뚱어리 뿐이었다. 『처음 깬 것이 광화문통 어디쯤의 3층 건물이었어요. 2인1조 20명이 한달 가량 작업했어요』 이런 원시적인 방법으로 지금의 롯데호텔 자리에 있던 8층 짜리 반도호텔까지 해체해 봤다. 오래 하다보니 차츰 눈썰미가 생겼다. 그러나 그것은 언제 콘크리트가 쏟아질지, 언제 건물과 함께 추락할지 모를 위험 속에서 체득한 것이었다. 한번은 해머를 휘두르다 4층 건물에서 추락, 저승 문턱까지 간 적도 있었다. 이후 크레인에 2t 짜리 쇠추를 달아 부수는 신장비 시절이 찾아왔다. 파쇄기 컴프레서 폭약까지도 등장했다. 그러나 건물 해체에는 기계들이 못 갖추는 「동물적인 감각」이 필요하다. 시시각각 변하는 해체 건물의 무게 중심을 파악하고 다음 번 타점과 붕괴 직전 조짐을 감지, 「치고 빠지는 타이밍」을 정하는 일은 기계들이 해내지 못한다. 건축학 석박사들도 해내지 못한다. 국졸이지만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그만이 해낼 수 있다. 5천평 짜리 조선무역공장, 70m 짜리 전주 전매청 굴뚝 3개, 궁정동 안가 등 수많은 건물들이 그의 감각에 따라 해체됐다. 이번에 맡은 총독부 건물 해체 현장에도 항시 무전기를 들고 포크레인을 지시했다. 그는 총독부 건물 해체만큼 『목적 의식을 가지고 깨부순 건물이 없다』고 한다. 10세 때까지 일본 순사만 봐도 벌벌 떨던 그가 「총독들의 성채」를 산산히 무너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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