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215)

  • 입력 1996년 11월 15일 20시 30분


제6화 항간의 이야기들〈5〉 요리장은 울면서 실토했다. 『어젯밤에 제가 집으로 돌아가 보니 꼽추 하나가 물건을 훔치려고 통풍구를 타고 숨어들어와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쇠망치로 그의 가슴패기를 내리쳤는데 즉사하고 말았습니다. 너무나 당황한 저는 그를 떠메고 시장으로 가 골목길 속에 위치한 어느 가게 앞 담벼락에다 세워두었습니다. 굳이 그리스도교도까지 죽이지 않아도 이슬람교도 하나를 죽인 것만으로도 제 죄는 충분하리라 생각됩니다. 더 이상 무고한 살인을 하는 것보다 제가 처형되는 게 옳은 일일 것입니다. 그러니 저를 처형해주십시오』 총독은 좀더 자세한 정황을 알기 위하여 요리장을 신문했다. 요리장의 진술로 미루어볼 때 살인자는 나자레 인이 아니라 요리장임에 틀림없었다. 그리하여 총독은 집행관에게 말했다. 『본인의 자백에 따라 이 자가 살인자임이 밝혀졌다. 나자레인을 풀어주고 요리장을 처형하라』 형리는 나자레인의 목에서 밧줄을 풀어 요리장의 목에다 걸었다. 그런데 그가 막 요리장의 목을 매달려 할 때였다. 이번에는 난데없이 유태인 의사가 구경꾼들을 헤집고 앞으로 달려나오며 소리쳤다. 『잠깐만! 잠깐만 기다려주시오! 꼽추를 죽인 건 그 사람이 아니라 바로 저입니다』 일이 이렇게 되자 형리는 다시 집행을 멈추지 않을 수 없었고, 총독은 다시 유태인 의사를 신문했다. 유태인 의사는 숨김없이 털어놓았다. 『어젯밤에 집에 있으려니까 남자 하나와 여자 하나가 병든 꼽추를 안고 찾아와 하녀에게 사분의 일 디나르짜리 금화 한 닢을 내밀며 말했습니다. 이 돈을 주인한테 전한 다음 내려와서 진찰을 해달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하녀가 없는 틈에 그들은 꼽추를 계단 위에다 옮겨놓고는 종적을 감추어버렸습니다. 그것도 모르고 저는 방에서 나왔는데, 때마침 집 안이 너무 어두워 잘 보이지 않았던 터라 그만 그 꼽추와 부딪치고 말았고, 그 바람에 꼽추는 계단에서 굴러떨어져 죽어버리고 말았던 것입니다. 너무나 당황한 저는 시체를 지붕으로 끌어올려 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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