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크리스토퍼와 공노명

  • 입력 1996년 11월 9일 20시 51분


물러나는 워런 크리스토퍼 미국 국무장관은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은 그의 사임을 받아들이면서 『역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는 찬사를 보냈고 까다롭기로 유명한 뉴욕 타임스지도 사설에서 그를 칭찬했다. 이 신문은 「떠나는 국무, 국방장관에게」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크리스토퍼는 재임중 클린턴 행정부의 외교정책에 성숙함과 강인함을 주었다』고 평가하고 『냉전 종식후 일정한 틀을 갖추지 못한 국제질서의 혼란기에 외교경험이 별로 없는 클린턴대통령을 잘 보필했다』고 칭찬했다. 타임스는 『그는 세계전략가는 아니었으나 자기 스타일대로 조용히 대통령과 조국에 봉사했다』고 말했다. 특히 취임초에는 보스니아내전과 중국의 인권문제 등에서 실패도 있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보스니아 평화협정 체결 △북한과의 핵 합의 △무기확산 방지 △중국과의 대화채널 회복 등의 외교적 업적을 쌓았다고 높이 평가했다. 일을 많이 한 것으로 치면 70년대 닉슨행정부에서 키신저 국무장관만한 인물도 없었다. 美中수교의 기초를 놓아 양극 냉전체제의 한 축을 허물었던 인물이니까. 그러나 키신저도 비밀외교의 당위성 논쟁에 끊임없이 시달렸다. 크리스토퍼에게 쏟아지는 타임스의 찬사는 孔魯明외무장관의 전격적인 사임을 돌아보게 한다. 건강을 이유로 사임했다고 하지만 워싱턴 외교가에서도 곧이 곧대로 믿는 분위기가 아니다. 오히려 온갖 억측마저 나돈다. 한 나라 외무장관의 물러남이 어쩌면 이렇게 각각이고 대조적일까. 李 載 昊 <워싱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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