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통사고 대책이 능사인가

  • 입력 1996년 10월 23일 21시 01분


정부가 교통사고 감소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새로 건설하는 4차로 이상 도로에는 반드시 중앙분리대를 설치하는 등 안전시설을 보강하고 교통법규를 위반한 경우 보 험료를 할증하는 등 부담을 늘리는 내용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1만3백23명이었다. 해마다 조금씩 줄고는 있으나 아직도 1만명선 밑으로 내려가지 못하고 있다. 매일 28명이 교통사고로 숨지고 있는 셈이다. 산업재해 사망자의 4배에 가까운 숫자다. 우리의 자동차 등록대수는 지난 90년 이후 한해 평균 12.2%씩 늘어 지난 4월말 8 백80만대를 넘어섰다. 그러나 자동차가 많아졌다는 것이 높은 교통사고율의 구실이 될 수 없다. 미국은 인구 1.3명당 한대꼴로 자동차가 많지만 자동차 1만대당 교통사 고 사망자 수는 2.1명에 그치고 있다. 그에 비해 우리는 자동차 1만대당 사망자 수 가 13.6명이나 된다. 국제통계에 따르면 우리의 교통사고율은 차량 1만대당 사망자 수로는 세계 9위, 인구 10만명당 사망자수로는 세계 5위다. 교통사고는 한 가정의 불행이자 사회 전체의 부담이다. 1백만명을 넘어선 우리의 장애인 가운데 교통사고로 인한 후천적 장애인이 30만명 가량으로 추산되고 있다.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의지할 데가 없어지는 미성년 자녀가 지난 7년간 한해 평균 2만명이나 생겨났다는 통계도 있다. 연간 6조원으로 추산되는 직접피해도 큰 손실 이지만 이들 장애인과 결손가정을 위한 복지부담이 결코 가볍지 않다. 정부의 교통사고 감소 종합대책은 안전시설과 법제보강에 중점을 두고 있다. 어린 이 통학버스가 승하차를 위해 정지해 있을 때 인근을 지나는 차량이 일시 정지 하도 록 도로교통법을 고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시설과 제도보강 못지 않 게 급한 것은 운전자의 의식개혁이다. 교통문화의 후진성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자동 차가 아무리 많은들 선진국민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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