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감아차기 덜 꺾이고… 골키퍼 공중볼은 더 날아와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5월 22일 04시 30분


[2026 월드컵은 고지전]〈中〉변화무쌍 공 움직임도 대비해야
공기저항 줄어 회전 줄고 빨라져… 무회전 킥-낮게 깔아차는 게 유리
훈련 강도 빠르게 올리면 역효과… 첫 훈련 선수들 “확실히 힘들어”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20일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 있는 유타대 유트 사커 필드에서 첫 고지대 적응 훈련을 진행했다. 왼쪽부터 엄지성과 김문환, 이기혁 등이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가 공개한 훈련 영상에서 김문환은 “고지대에 와보니 귀가 멍하다”고 말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20일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 있는 유타대 유트 사커 필드에서 첫 고지대 적응 훈련을 진행했다. 왼쪽부터 엄지성과 김문환, 이기혁 등이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가 공개한 훈련 영상에서 김문환은 “고지대에 와보니 귀가 멍하다”고 말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고지대에서 훈련하고 나니 힘들다. (평지와는) 확실히 다른 것 같다.”

한국 축구 대표팀 수비수 이기혁(강원)은 20일 사전 캠프지인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진행된 첫 고지대 적응 훈련을 마친 뒤 이렇게 말했다. 해발 1450m의 솔트레이크시티는 한국이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 체코전과 2차전 멕시코전을 치르는 멕시코 과달라하라 스타디움(해발 1600m)과 비슷한 고지대다.

대한축구협회가 20일 유튜브에 올린 ‘홍명보호’의 첫 고지대 훈련 영상에서 몇몇 선수는 러닝과 패스 게임 등 저강도 훈련을 소화하고도 피로감을 호소했다. 하지만 태극 전사들이 사전 캠프에서 마주한 과제는 신체적 적응뿐만이 아니다. 평지와는 다른 공의 움직임에도 적응해야 한다

● 감아차기보단 무회전

‘슈퍼 소니’ 손흥민(LA FC)의 날카로운 감아차기 프리킥은 대표팀의 강력한 무기다. 손흥민은 역대 한국 남자 선수 A매치 최다 프리킥골 기록(7골)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공기 밀도가 낮은 고지대에서는 평지보다 공기 저항이 줄어 공에 회전이 덜 걸리고 속도도 빨라진다. 홍성찬 서울여대 스포츠운동과학과 교수는 “평지에 있을 때처럼 고지대에서 프리킥을 하면 공이 충분히 휘어지기 전에 목표 지점에 도달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낮게 깔아 차는 프리킥이나, 골대를 향하다 골키퍼 앞에서 흔들리거나 뚝 떨어지는 무회전 프리킥을 시도하는 게 득점에 유리할 수 있다. 손흥민은 2015년 미얀마전에서 무회전 프리킥으로 골망을 흔든 적이 있다.

상대의 슈팅을 막아야 하는 골키퍼도 공의 움직임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한국 대표팀이 오스트리아의 노이슈티프트(해발 1200m)에서 고지대 훈련을 한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당시 골키퍼 코치였던 김현태 대한축구협회 대회위원장은 “고지대 훈련 시 공이 예상 낙하 지점보다 멀리 날아가 골키퍼들이 놓치기도 했다. 땅볼보다 공중볼 중심으로 슈팅과 크로스 훈련을 하는 게 좋다”고 했다. 2010 남아공 대회 당시 한국은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해발 1753m)에서 아르헨티나와의 조별리그 2차전(1-4·한국 패)을 치렀다.


● 적절한 운동 강도와 고단백 식단

홍명보 한국 대표팀 감독은 최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선수마다 고지대 적응 속도가 다르다. 일단 저강도로 시작한 뒤 점차 고강도 훈련으로 전환할 생각”이라고 했다. 훈련 강도를 빠르게 올리면 역효과를 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10년 1월 대표팀이 남아공 루스텐버그(해발 1250m)에서 실시한 전지훈련에 참가했던 박주호 해설위원은 “초반부터 무리하게 훈련 강도를 높이면 부상 위험이 커진다”면서 “(2010년 당시) 전지훈련 시작 후 일주일 동안 체력 훈련을 하면서 5, 6명이 다쳤다”고 말했다.

먹고, 자는 것도 평지에서 훈련할 때보다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 근육 회복을 위해 고단백 식단을 유지하고, 혈액의 산소 운반 능력을 높이기 위해 헤모글로빈 생성에 도움을 주는 철분제를 꾸준히 섭취해야 한다. 수분 보충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김정현 경희대 스포츠의학과 교수는 “고도가 높아질수록 건조해 호흡기를 통한 수분 손실이 많아진다. 이는 유산소 운동 능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 고지대 ‘도핑’ 효과


고지대에 적응한 뒤 낮은 고도로 내려오면 운동 능력이 향상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한국 대표팀이 남아공과 조별리그 3차전을 치르는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은 해발 450m에 위치해 있다. 2010 남아공 월드컵 당시 대표팀 주치의였던 송준섭 박사는 “근육은 산소를 소비해 에너지를 만들어내는데 고지대에 적응하면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 수가 늘어난다. 이 때문에 평지에 내려왔을 때 (평지에만 있던) 상대보다 체력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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