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득점’ SK 김선형이 ‘8득점’ 최원혁을 칭찬한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1일 23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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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승리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건 최원혁(31·SK)입니다.”

SK의 주전 가드 김선형(35)은 1일 KGC와의 프로농구(KBL) 2022~2023시즌 챔피언결정(7전 4승제) 4차전에서 100-91로 승리한 뒤 이렇게 말했다. 이날 팀에서 두 번째로 많은 점수(23점)에 10도움 5리바운드까지 더한 김선형이 8점을 넣은 후보 가드 최원혁에게 공을 돌린 것이다. 김선형뿐 아니라 SK의 전희철 감독(50)도 “원혁이가 제 역할을 제대로 해줬다”고 박수를 쳤다.

프로농구(KBL) SK의 가드 최원혁이 1일 열린 KGC와의 2022~2023시즌 챔피언결정 4차전에서 슛을 시도하고 있다. KBL 제공
최원혁의 역할은 단순히 많은 점수를 내는 게 아니었다. 김선형은 “2, 3차전에서 체력 소모가 정말 컸다. 공격할 때는 문성곤(30)이 따라붙는데 수비할 때는 잠시도 쉬지 않고 움직이는 렌즈 아반도(25·이상 KGC)를 상대해야 해서 너무 힘들었다”며 “오늘은 원혁이가 아반도에 대한 수비를 분담해주면서 경기 후반까지 체력을 비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벤치 자원을 활용한 필승 전략은 최원혁에게만 떨어진 게 아니었다. 1차전 승리 이후 2, 3차전을 내리 지며 시리즈 전적에서 1승 2패로 뒤진 SK는 상황을 뒤집을 카드가 필요했다. 전 감독은 경기 전 2, 3차전 패배 원인을 “‘가운데’가 터져주지 않아서”라고 요약한 뒤 “‘사이드’가 터져줘야 한다. 그래야 ‘가운데’도 터질 수 있다”고 말했다.

프로농구(KBL) SK의 가드 최성원이 1일 열린 KGC와의 2022~2023시즌 챔피언결정 4차전에서 드리블을 하고 있다. KBL 제공
전 감독이 말한 ‘가운데’ 선수들은 팀의 주포 역할을 맡고 있는 자밀 워니(29)와 김선형을 뜻했고, ‘사이드’는 최원혁을 비롯해 최부경(34·포워드), 최성원(28), 오재현(24·이상 가드) 등 측면 득점 지원에 치중하는 선수들을 말했다. 전 감독은 경기 초중반에 체력을 소모한 워니와 김선형이 2, 3차전 후반 때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점을 패인으로 보고, 이들의 체력을 아껴주기 위해 나머지 선수들이 분발해야 한다고 봤다.

이 때문에 챔프전 시작 전 워니와 김선형을 중심으로 하는 ‘몰방(다걸기)’ 농구를 선언했던 전 감독은 4차전에서는 이들을 모두 벤치로 보내는 변칙 농구를 시도했다. 워니 대신 리온 윌리엄스(37)가, 김선형 대신 오재현이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워니와 김선형은 1쿼터 종료 3분20초를 남겨두고 15-23으로 8점 뒤진 시점에야 투입됐다. 둘은 이 짧은 시간 안에 각각 8점, 2점씩 총 10점을 합작하며 1쿼터를 25-25 동점으로 끌고갔다.

‘사이드’ 선수들이 단순히 주전 선수들의 체력만 아껴준 건 아니었다. 앞선 3경기에서 평균 9.3점을 넣었던 최성원은 이날 두 배에 가까운 17득점을 했고, 최원혁도 이전 2경기 평균 4득점에서 8점 4리바운드로 성적을 끌어올렸다.

프로농구(KBL) SK의 가드 김선형이 1일 열린 KGC와의 2022~2023시즌 챔피언결정 4차전에서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KBL 제공
이에 ‘가운데’가 호응하기 시작했다. 2, 3차전에서 각각 9점, 10점에 그쳤던 워니는 이날 양 팀 최다인 28점에 17리바운드를 쏟아냈다. 역시 2, 3차전서 각각 10점씩 넣으며 부진했던 김선형도 1차전 승리 당시 냈던 22점보다 많은 23점을 기록했다. 김상식 KGC 감독(55)은 “SK가 경기 패턴 바꿀 걸 예상했다”면서도 “(바뀐 패턴에) 잘 대응하지 못하면서 경기를 내줬다”며 아쉬워했다.

전 감독은 경기 후 “일단 KGC가 우리 안방에서 우승할 가능성은 끊어낸 점은 기쁘다”면서도 “5차전에서는 이런 전략(변칙 농구)을 또 쓰지 못할 것 같다. 또 다른 대안을 생각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시리즈 전적 2승 2패가 된 SK와 KGC는 3일 같은 장소에서 챔피언결정 5차전을 치른다. 역대 챔피언결정전에서 2승 2패를 한 뒤 5차전을 승리한 팀은 총 11회 중 아홉 차례(81.8%) 우승을 했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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