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류선규의 강속구, 롯데 성민규는 어떻게 받아칠까[데이터 비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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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11월 14일 13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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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김광현. 동아일보DB
SSG 김광현. 동아일보DB
올해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이들은 김광현(34·SSG)에게 감사해야 한다.

올해 연봉 81억 원을 받은 김광현 덕에 각 구단이 FA 시장에 쓸 수 있는 총액이 20억 정도는 올라갔기 때문이다.

단, ‘디펜딩 챔피언’ SSG도 이 효과를 누릴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깎아야 할 돈이 많아도 너무 많기 때문이다.

한국시리즈 우승 후 기뻐하는 김광현. 동아일보DB
한국시리즈 우승 후 기뻐하는 김광현. 동아일보DB
SSG는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메이저리그에서 2년 간 활약한 김광현과 총액 151억 원에 4년 간 비(非)FA 계약을 맺었다.

그러면서 올해 연봉으로 81억 원을 책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류선규 SSG 단장은 “비FA 다년 계약으로 계약금이 없는 점을 고려했
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연봉 ‘몰방(沒放)’이 샐러리캡(연봉 총액 상한 제도) 도입을 앞둔 포석이라는 걸 알 만한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2021, 2021년 각 구단 몸값 상위 40인 연봉 총액. 한국야구위원회(KBO) 제공
2021, 2021년 각 구단 몸값 상위 40인 연봉 총액. 한국야구위원회(KBO) 제공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4일 2023~2025년 샐러리캡이 114억2638만 원이라고 발표했다.

만약 SSG에서 김광현이 빠지고 올해 프로야구 평균 연봉(1억5259만 원) 선수가 대신 들어갔다면 샐러리캡은 109억4954만 원으로 약 4억7700만 원이 줄어들었을 것이다.

실제로 SSG에서 40번째 연봉을 받는 선수는 이보다 연봉이 적을 확률이 높다.

1년에 5억 원만 잡아도 ‘표준 FA 계약 기간’이라고 할 수 있는 4년간 20억 원을 벌어준 셈이다.

지난 ‘스토브리그’ 기간 비FA 계약을 맺은 박종훈(왼쪽)과 문승원. SSG 제공
지난 ‘스토브리그’ 기간 비FA 계약을 맺은 박종훈(왼쪽)과 문승원. SSG 제공
류 단장은 뿐만 아니라 역시 비FA 계약을 맺은 한유섬(33)은 24억 원, 박종훈(31)은 18억 원, 문승원(33)은 16억 원을 올해 연봉으로 주면서 ‘샐러리캡 끌어올리기’ 작업을 진행했다.

남은 계약 기간 동안 김광현은 23억3333만 원, 한유섬은 8억, 박종훈은 9억5000만 원, 문승원은 7억7500만 원을 연봉으로 받게 된다.

그 결과 SSG는 저 네 선수 연봉 총액을 최소 88억4167만 원 줄인 상태에서 새 시즌 준비를 시작할 수 있다.

제도 도입 전에 샐러리캡을 끌어올리면서 동시에 제도 도입 이후에 샐러리캡에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도록 전략을 짠 것이다.

SSG 류선규 단장. 동아일보DB
SSG 류선규 단장. 동아일보DB
여기에 연봉 3억 원을 받던 김상수(34)가 롯데로 건너 갔고 최정(35)도 연봉이 12억 원에서 평균 10억 원으로 줄어든다.

올해 연봉 10억 원을 받던 이재원(34) 역시 SSG와 FA 계약을 다시 맺는다고 해도 이 정도 조건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렇게 올해 연봉에서 100억 원이 빠져도 148억7512만 원으로 샐러리캡 기준을 34억 원 이상 넘어서게 된다.

물론 내년에도 연봉 차등 지급 등을 통해 SSG가 돌파구를 마련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롯데 이석환 대표(왼쪽)와 박세웅. 롯데 제공
롯데 이석환 대표(왼쪽)와 박세웅. 롯데 제공
이런 관점에서 보면 롯데는 재미있는 결정을 내렸다고 할 수 있다.

올해 연봉 총액 76억9886만 원을 쓴 롯데는 이대호(40)의 은퇴로 여기서 8억 원이 빠진다.

그런데 샐러리캡 도입을 앞두고 박세웅(27)과 5년 총액 90억 원에 비FA 계약을 맺으면서 샐러리캡 15.8%(18억 원)를 먼저 채운 상태로 시즌 준비에 돌입하게 됐다.

얼핏 보면 리그 전체 샐러리캡에 영향을 주지 않는 박세웅 계약은 오히려 롯데가 손해처럼 보이기도 한다.

롯데 성민규 단장. 동아일보DB
롯데 성민규 단장. 동아일보DB

그러나 2026년 이후 샐러리캡까지 염두에 둔다면 이 결정이 꼭 나쁜 결정이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성민규 단장 부임 이전까지 롯데가 리그에서 연봉 1위 팀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성 단장이 롯데를 ‘돈은 가장 많이 쓰지만 성적은 가장 나쁜 팀’에서 적어도 ‘그래도 돈은 적게 쓰는 팀’으로 바꾼 건 확실하다.

성 단장의 ‘프로세스’가 이번 FA 시장에서는 어떤 결말을 맺을까.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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